[FETV=심준보 기자] 올해 12월 임기가 끝나는 강성묵<사진> 하나증권 대표이사의 연임 청신호가 켜졌다.
18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하나증권은 올해 3분기 506억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마이너스(-) 489억원의 적자가 흑자로 돌아섰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중 은행과 카드에 이어 당기순이익 기준 3위다 WM(자산관리)·IB(투자은행) 부문의 고른 성장과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따른 'V자 반등'에 성공햇다.
1964년생인 강 대표는 충북 청주 출신으로, 서강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0년 상업은행에 입행하며 금융권에 발을 들였다. 하나은행에서 분당중앙지점장, 검사부장, 경영지원본부장, 영업지원그룹장, 중앙영업2그룹장(부행장) 등 영업 현장과 관리 부서를 두루 거치며 30년 넘게 '영업통'으로 잔뼈가 굵었다.
2015년에는 함영주 당시 충청영업그룹장(현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손발을 맞추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이후 부진을 겪던 하나UBS자산운용(현 하나자산운용)의 '구원투수'로 투입돼 리테일 부문 총괄 부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를 거쳐 2022년 말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됐을 당시에는,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자산운용업 경험과 소탈하고 겸손한 성품으로 그룹사와의 협업을 통해 하나증권의 제2의 도약을 이끌어낼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하나증권호의 키를 잡을 당시 회사는 부동산 PF 부실,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 등으로 2023년 288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깊은 적자의 늪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그는 취임사에서 "사업 부문별 균형 성장을 추구하고 WM, IB, S&T(세일즈앤트레이딩), 글로벌 각 그룹의 영업 기반을 확대해 수익구조 다변화 및 질적 성장의 토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며 실적 턴어라운드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1년 만에 약속을 지켰다.
먼저 그는 하나증권의 체질 개선을 위해 IB 부문과 WM 부문 강화라는 두 가지 핵심 전략을 설정했다. 부동산 금융에 편중된 IB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고객 중심의 자산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여 수익 구조를 안정화하겠다는 전략이었다.
IB 부문 강화를 위해 그는 IB1(전통 IB), IB2(대체투자) 부문으로 조직을 분리하고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 김현호 전 DS투자증권 투자금융본부장 등 외부 전문가를 적극 영입했다. 그 결과 상반기 IPO(기업공개) 주관 실적은 12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배 가까이 늘었고, 은행채를 제외한 채권 인수 규모도 전년 동기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WM 부문에서는 하나자산운용 완전자회사 편입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앙·남부지역본부를 신설하여 지역 영업망을 확대했다. 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금융상품 라인업을 구축했고, 비대면 고객을 위한 프라임케어팀을 통해 무료 상담 서비스 '프라임 케어 라운지' 등을 제공하며 고객 관리에도 힘썼다.
9월 말 기준 리테일 총자산은 79조6000억원, 1억원 이상 고객은 5만2454명, 10억원 이상 고객은 4353명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5%, 3%, 5.3% 증가했다. S&T 부문 역시 탑티어 역량을 자랑하며 트레이딩 수익 호조를 이어가는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958억원, 당기순이익 1818억원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아울러 '영업통' 출신답게 취임 초부터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소통 경영'을 실천해왔다. 전국 각지의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의 어려움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며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 주력했다. MZ세대 직원들과의 소통 강화를 위해 2030세대 직원들로 구성된 '체인지 리더(Change Leader)'를 출범시키는 등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영에 적극 반영하고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초대형 IB 도약을 위한 준비도 진행하고 있다. 하나증권은 이미 자기자본 4조원 요건을 충족했으며, 작년 말 금융당국에 초대형 IB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리스크관리본부와 투자심사본부를 신설하고, 소비자보호총괄(CCO)과 소비자리스크보호총괄(CCRO)을 분리·운영하는 등 인가 획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5곳이 초대형 IB로 지정된 상황에서 하나증권이 6번째 초대형 IB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함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을 겸임하며 그룹 내 주요 부문을 총괄하고 있으며, 올해는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함께 그룹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함 회장의 그에 대한 신임은 하나증권에 대한 5000억원 출자 결정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함 회장 취임 후 첫 계열사 지원 결정이었다.
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은 매우 높게 점쳐지지만, 부동산 금융 부문의 리스크 관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하나증권의 자기자본 대비 순요주의이하자산 비율(18.2%),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자기자본의 약 67%), 해외 부동산 금융 비중(약 58%) 등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연임 여부는 금융 시장 변화와 하나금융지주 임추위의 최종 결정에 따라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만큼 내부적으로는 안정적인 방향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강할 것"이라며, "비은행 부문 비중이 늘어난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