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허니문 랠리' 최대 걸림돌?

2025-06-24

코스피가 3100선을 돌파하며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공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주식 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되레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코스피 지수가 급등해 국내 주식 가치가 목표 투자 비중을 넘어설 경우 국민연금은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퇴직연금의 자금 유입 확대가 병행돼야 자본시장 활성화가 실질적인 동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4일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액은 150조 9000억 원으로 전체 자산의 12.3%를 차지했다. 올해 목표 비중 14.9%에서 2.6%포인트 못 미치는 수치다. 코스피 지수는 3월 31일 2481.12에서 이날까지 3103.64로 25.0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7.37% 상승에 그친 점, 글로벌 금리 상승 여파로 채권 가격이 하락한 점 등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현재 13%대 중후반으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코스피가 3150~3200선까지 오르면 올해 계획한 14.9% 목표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략적 자산배분(SAA)에 따라 비중이 목표보다 ±3%포인트를 넘어서면 자동 리밸런싱에 나선다. 즉, 11.9% 미만이거나 17.9%를 초과하면 기계적 매수·매도가 실행된다. 국민연금은 목표 비중을 과하게 벗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같은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당초 해당 허용 범위는 2%포인트였지만, 2021년 팬데믹 유동성 장세 당시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매도 압력이 커지자 급하게 3%포인트로 확대했다. 국민연금이 증시를 끌어내리는 잠재적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었다.

실제 연기금은 이달 들어(23일 기준)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4조 4503억 원을 순매수하는 와중에도 2673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연기금 중 국민연금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실질적 매도 주체로 지목된다. 대다수 증권사들이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 코스피 상단을 3000 중후반대로 눈높이를 높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움직임이다. 김병연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이사는 “당정이 추진 중인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들이 제대로 시행되면 외국인의 패시브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은 내년 국내 주식 비중을 올해보다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비중을 내년부터 매년 0.5%포인트씩 줄여 2029년에는 13%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금융투자 업계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주식 시장 유입이 수익률 제고와 투자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현재 430조 원이 넘는 퇴직금 적립금 중 80% 이상이 예금·보험 등 원리금 보장형에 머물러 있다. 이는 미국의 퇴직연금 제도인 401(k)의 주식 투자 비중인 약 71%와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입자들이 개별적으로 금융 기관과 계약해 돈을 불리는 소규모 분산 운용에서 벗어나, 대규모 기금·운용사들이 성과 중심으로 경쟁하는 기금형 체계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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