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역행"…자사주 처분에 ‘뿔난’ 주주들

2025-02-27

기업들이 임직원의 성과급 지급을 위해 자사주를 처분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을 통해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업이 이를 다시 시장에 내놓게 되면 매물 출하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는 임직원들에게 경영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1966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던 1872만 2724주 중 98만 520주가 시장에 다시 풀리게 된다. 이날 하루 동안 거래된 수량인 394만 3245주의 약 4분의 1 물량이 나오는 셈이다.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음에도 이날 SK하이닉스는 1.87%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에도 상여 지급을 위해 728억 원어치의 보유 자사주 33만 3559주를 처분한 바 있다.

이 밖에 네이버(NAVER(035420))가 자사주 210억 원어치(10만 8354주), DB하이텍(000990)이 17억 원어치(5만 5735주), JB금융지주(175330)가 15억 원어치(8만 1314주)를 처분하겠다고 공시했다. 시장에서는 적은 수량이라도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자사주 처분이 누적된다면 주가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통상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 활동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 소식을 듣고 주식을 산 주주 입장에서는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애초에 자사주 매입을 할 때 목적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사주 처분은 사실상 유상증자 등 신주 발행과 재무적인 측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재가 느슨하게 적용되고 있다”면서 “다수 국가에서는 자사주를 취득한 후 즉시 소각하며 보유하더라도 처분 시 매우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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