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 (국정)농단-시대언어론

2024-11-20

돌림자처럼 ‘농’자 든 세 낱말, 농단 농간 농락 등은 비슷해 보인다. 같은 뜻으로 아는 이도 있겠다. 그러나 이 말들은 각각 다른 단어다.

‘시대언어’인가? 박근혜 정권 말기처럼, 요즘 큰 유행인 ‘국정농단’의 농단(壟斷) 말이다. ‘깎아 세운 듯한 높은 언덕’이란 뜻이다. 사전에는 이런 풀이도 있다.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하는 것.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온 말’이란다.

농간(弄奸)은 ‘속이거나 남의 일을 그르치게 하려는 간사한 꾀’ 즉 사기다. ‘손으로 만지며 논다’는 농(롱)과 ‘간사하다’의 간의 합체다. 희롱 우롱의 弄이 핵심 의미다.

농락(籠絡)은 ‘새장과 고삐’라는 뜻, 남을 교묘한 꾀로 휘어잡아 제 마음대로 놀리거나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시쳇말로 ‘가지고 논다’는 말이다.

대충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말들은 아니다. 한자(漢字)도 다 다르다. 계통이 같거나 비슷한 말로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그러나 공공(公共)의 도리나 개인 간의 이해(利害) 등 여러 세상사에서 품격이 현저히 떨어지는, 악질 또는 저질적 행실인 것이 셋의 공통점이다.

언론 등 현장에서의 단어의 용례(用例)도 비슷비슷하다. 뜻의 구별도 또렷하지 않아 보인다.

제 것이 아닌 것을 부당하게 제 주머니에 넣는다던지(농단), 정해진 바를 무시하고 남을 무시하거나 놀리던지(농간), 모두의 세상을 저에게만 이롭게 써먹는 것(농락) 등이 각각의 뜻이니 혼동될 만하다. 복잡해진 세상의 반영일까.

‘깎아지른 듯한 높은 언덕’은 ‘부당한 독점(행위)’의 비유적인 뜻이다. (정보를 독차지한) 유리한 입장에서 이익과 권리를 오로지하는 것, 출처는 맹자의 공손추(公孫丑)다.

되게 못마땅하다는 심리가 담겨 있다. ‘누구는 인삼 뿌리고, 누구는 무 껍질이냐.’ 툴툴대는 심보는 예나 지금이나 어찌 다르랴. 독과점 폐해, 지금은 더하지 않을까.

현대 자본주의 표상인 ‘동등(同等)한 기회’와 관련한 경계(警戒)의 말 ‘농단’이 어쩌다 농간 농락의 뜻도 포함하는 ‘다목적 용어’가 됐을까.

청년에게 선착순으로 제공해야하는 문화복지비를 (내용을 미리 안)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먼저 신청해 선점(先占)했다는 최근의 보도도 이런 사례로 보인다.

전에 최순실이란 이가 그랬듯, 요즘 명태균이란 이가 이 이미지들을 다 합쳐 놓은 듯한 캐릭터의 언행(言行)으로 주목받는다. 논리는 황당하고, 안 끼는 데가 없는 듯, 참 재주도 좋다.

재승(才勝)이라 할만하다. 이 말은 재승덕(才勝德)으로 이어진다. 재주가 덕성을 이긴다(勝)니 ‘세상은 이런 걸 걱정하라.’는 것이다. 영리해서 싹수 망가지는 걸 저어하는 것이다.

(큰) 재주는 어진 德을 갖춰야 불결(不潔)하지 않을 것이다. 어찌 쉬우랴? 쉬우면 저렇게들 살겠는가? 저 ‘명(明) 재승’은, 감히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란 인물도 생각나게 한다.

또 권력의 화신인 여러 유명인들, 그들의 (빤한) 미래도 보인다. 역사처럼 인생사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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