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날개 먹거리와 일자리] 천연자원 믿고 현실에 안주하면 ‘네덜란드병’ 걸려

2024-10-23

(40) 국내외 언론 영일만 석유 ‘진실게임’

6월 영일만 석유탐사 시추 승인

일부 언론, 부정적 기사 쏟아내

향후 수요 감소 예측도 이어져

설문조사서도 ‘불신뢰’ 더 높아

현재 자원부국은 ‘경제적 빈국’

◇부화(孵化)도 끝나기 전에 미리 병아리를 세지 마라

우리나라는 1959년 첫 석유탐사를 시작으로 1979년 한국석유공사를 설립해 본격적인 대륙붕 탐사를 했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 천연가스를 울산광역시 앞바다 남동쪽 동해 가스전을 개발하여 산유국(産油國) 대열에 이름을 올렸고, 2004년 7월에 천연가스와 초경질 원유를 시범 생산한 바 있다.

지난 6월 3일 대통령이 국정브리핑 제1호로 ‘영일만 석유탐사 시추 승인’을 발표하자 국내외 언론은 마치 진실게임(truth game)을 하듯 법석을 떨었다. “동해에 석유 구멍 24개, 석유공사 10% 가능성 뚫는다.”에서 6월 7일 “동해 성공률 20%는 높은 수준, 세계최대 가이아나 16%였다.”, “동해 석유·가스 유망성 상당히 높다.” 등의 보도가 이어졌다.

또 “2004년 11월 동해1·2 가스전이 본격적으로 천연가스 상업생산에 나서며 한국은 세계에서 95번째로 산유국이 됐다. 그러나 해당 시설들은 2021년 말 생산을 종료했다. 중앙포토 한국석유공사가 이르면 올해...”, “동해 성공률 20%는 높은 수준…세계 최대 가이아나 16%였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을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입을 열었다. 아브레우 고문은 기자회견에서 20%의 성공률은 굉장히 양호하고 높은 수준이라며...” ,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 미국 액트지오사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6월)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영일만 심해를... ” 등의 보도가 쏟아지며 탐사시추(探査試錐)를 향한 분위기를 한껏 고무시켰다.

다른 한편에서는 i) 물리탐사 데이터를 이용해 잠재구조(potential)를 유망구조(prospective)로 판명했던 액트지오(Act-Geo)사에 대해 1인기업, 소재지 및 업종, 법인세 체납상태 등에 대해 언론에서 이를 잡듯이 밝혀내었다. ii) 액트지오(Act-Geo)사 대표 빅토르 아브레우(Victor Abreu) 박사에 대해 라이스대학교 출신, 액숀모빌(ExxonMobil) 탐사팀장, 교육훈련 및 석유탐사 자문 활동 그리고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캠퍼스(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데이비드모릭(David Morig) 교수와 2003년 6월‘엘스비어(Elsevier)’에 해양석유 논문을 공동저술해 게재했음을 밝혀냈다. iii) 영일만(迎日灣) 시추탐사 7개의 유망구조에 대한 전문가 교차검증(cross checking)에 데이비즈 모릭(David Morig) 교수를 참여시켰다는 사실까지 탐사 추적했다.

연이어 국내언론에서는 iv) 한국석유공사(KNOC)에서 우리나라 국세법과 텍사스주법(洲法)에서 체납법인체의 법인자격 제한을 확인하지 못했음에 대해 산업자원부 제2차관이 사과했다. v) 한국석유공사(KNOC)와 2022년 2월까지 동해 석유탐사를 같이했던 세계 굴지의 호주 우드사이트(Woodside)사가 발간한 IEP 보고서에 “더이상 유망이 없다고 생각함(no longer considered prospective).”라는 판단을 뒤집었다. 이는 1인 기업체 자문에 전적(全的)으로 의존했다는 결과였다. vi) 액트지오(Act-Geo)와 같이 용역에 응찰했던 2개의 업체는 세계석유개발서비스업체 가운데 빅3에 해당하는 슐럼버거(Schlumberger)와 할리버튼(Halliburton)이었다. vii) 액트지오를 선정한 이유로 한국석유공사의 해명은 빅토르 아브레우(Victor Abreu) 박사가 액숀모빌(ExxonMobil) 회사의 비장한 “전가의보도(傳家之寶刀)”였던 순차층서학(順次層序學, sequence stratigraphy)의 대가였다고 했다. viii) 일반적으로는 유망구조(promising structure) 발견은 업체의 보도자료 정도로 홍보하는데, 대통령이 제1호 국정브리핑으로 “깜짝 쇼(a surprise show)”를 했음은 상식파괴 현상이었다. 이렇게 과잉행동(overaction)에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의 눈초리(look of suspicion)”를 보내며, 진실 속으로 파고들게 했다.

뭔가 우리나라의 산유국의 꿈이 꼬이기 시작했는지?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에서 2024년도 연차보고서(Report, Oil 2024)를 발표했다. 그 보고서엔 2029년을 정점(peak)으로 하향곡선(下向曲線)을 그으면서, 에너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하루에 800만 배럴을 넘는 초과생산(over-production)을 경고하고 있다. 2024년 연간 1억2천900만 배럴, 2030년까지 연간 1억 230만 배럴 생산으로 수급 괴리현상(supply-demand gap phenomenon) 발생을 경고하고 나왔다. 아시아에선 인도와 중국에서 2030년에는 하루에 320만 배럴로 수요가 감소한다는 예측이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에도 특히 “영일만 석유·가스 탐사시추 승인” 발표에 대해 한국갤럽조사연구소(https://www.gallup.co.kr/)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믿는다(신뢰)’는 28%이고,‘믿지 않는다(불신뢰)’가 60%를 차지했다.(한국갤럽 동해 석유·가스 매장 윤 대통령 발표 ‘신뢰 안 해’ 60% ‘신뢰한다’ 28%, 경향신문, 2024.6.14.) 심지어 대구·경북(TK)에서도 48%만 ‘믿는다(신뢰)’고 응답했을 뿐이다. 아마도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의 석유발굴 소식의 무산, 제7광구, 통일 대박 등의 “깜짝 쇼”를 경험했기에 민심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 국민의 차분함은 정치인들에게 되려 “그렇게 헛물 켜지 마세요(不要用眼睛吃氷淇淋)”라는 조소(嘲笑)를 던져주고 있다.

자원부국(資源富國)의 경제성장률이 오히려 자원빈국(資源貧國)보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현상을 ‘자원의 저주(resouce curse)’ 혹은 ‘풍요의 역설(paradox of Plenty)’이라고 한다. 당장 경제적 풍요함에 만족해 안주하다가 곧 경제파국으로 떨어지는 파급효과(波及效果)까지를 포함하는 용어다. 실제로 지구촌에 1995년 이후 경제개발 협력기구(OECD)에 가입한 국가들로는 대한민국(South Korea), 체코Czech Republic), 헝가리(Hungary), 폴란드(Poland), 슬로바키아(Slovakia), 칠레(Chile), 슬로베니아(Slovenia), 이스라엘(Israel), 에스토니아(Estonia), 라트비아(Latvia), 리투아니아(Lithuania), 콜롬비아(Colombia) 등이 있는데, 이들 가운데 칠레(Chile)와 콜롬비아(Colombia)만 자원부국(資源富國)이다. 이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쿠웨이트(Kuwait), 아랍에미리트(United Arab Emirates), 브루나이(Brunei) 등은 국민소득만 높고 산업 다각화(industry diversification)가 취약한 나라다. 이들 나라의 특징은 지하자원만 상당하여 현금 창출력(cash generation power)이 높지만 전반적 산업은 낙후된 상태다.

이렇게 자원부국(resource rich state)임에도 경제적 빈국(economic poor state)인 상태는 i) 풍부한 천연자원의 채취와 개발 사업의 부가가치가 높기에 이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ii) 천연자원생산업의 고부가가치로 고임금과 노동력이 집중하게 된다. iii)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자금도, 노동력도 기술력도 자체적으로 육성할 의지조차 없어 ‘현실에만 안주(Just Settle for Reality)’한다. iv) 현실 만족에 안주하다가 물가 상승(rising prices) ▷임금 인상(wage increase) ▷기업 간 대립(conflict between companies) ▷연쇄적 사회불안과 투자위축(chain of social unrest and investment contraction)이란 속칭 네덜란드 병(Dutch Disease)에 걸린다.

글 = 김도상 행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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