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005930)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주가는 ‘5만 전자’ 박스권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평가된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에서 뚜렷한 기술력이나 수주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삼성전자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의 지분율은 49.65%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해 ‘블랙 먼데이’ 사태 직전인 8월 2일까지만 해도 56.48% 수준이었나, 당시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줄기 시작해 올해 1월 2일 기준 50.26%까지 떨어졌다. 이후 외국인 지분율은 2월 3일 49.99%, 3월 4일 50.03%, 4월 2일 50.69%, 지난달 2일 49.89%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외국인은 올해 들어 3월을 제외하고는 매달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해왔다. 전일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는 총 4조 5110억 원에 달한다. 1월에는 1조 7343억 원, 2월 2570억 원, 4월 2조 7762억 원, 5월에는 1조 2778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3월에는 D램 가격 반등 기대에 힘입어 1조 4840억 원을 순매수하며 주가가 6만 원대를 회복했지만, 반등은 일시적이었다.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HBM 기술에서 확실한 경쟁력을 보여주기 전까지는 외국인 수급과 주가의 반전 모멘텀(상승 여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000660)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시장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 분기 39.3%에서 33.7%로 크게 하락한 반면, SK하이닉스는 36.6%에서 36.0%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치며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가 43.9%, SK하이닉스가 31.1%였던 것을 감안하면 격차가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매력과 자사주 소각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하방 위험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HBM의 본원적 경쟁력 상승이 확인되지 못한다면 박스권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HBM3e 재설계를 통해 절치부심하고 있지만, HBM 세대 전환 속도가 이를 기다려주지 않아, 단순히 HBM3e 재설계 인증 여부가 주가 반등 요인으로 작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