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의 노숙자 수가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 정부가 연간 1만 1000개 이상의 임시주택을 공급하며 주거지 지원에 나선 효과다. 지하도나 육교 등 이들이 거주하던 곳에는 장벽을 설치했다. 다만 이로 인해 공중화장실 등 더 음지로 파고드는 노숙인들은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사회복지부는 2023-2024 회계연도 등록된 노숙자 수가 795명으로 전년 1441명 대비 40% 줄었다고 발표했다. 2017-2018년 이후 처음으로 세 자릿수로 떨어졌다.
2024-2025년 회계연도의 경우 이날까지 9개월간 672명이 등록됐다.
이같은 감소세는 최근 몇 년간 정부 주도의 임시주택 공급이 증가한 영향이다. 홍콩 주택국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4년까지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1만 1000개 이상의 임시주택이 공급됐다. 단기 호스텔부터 공공임대주택까지 이들이 다양한 주거지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 중이다.
다만 이같은 감소세는 정부 통계에 그칠 뿐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숙자 지원 NGO인 임팩트HK의 딥 응은 "정부 통계만 보고 상황이 개선됐다고 섣불리 결론 내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일부 노숙자들은 지하도나 육교 같은 기존 거주지에서 쫓겨나 시야에서 사라졌다"며 "정부가 이들이 돌아오지 못하도록 장벽을 설치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숙자들은 주택단지, 쇼핑몰, 심지어 공중화장실 같은 눈에 덜 띄는 장소로 피신하고 있으며, 이런 장소들은 대부분 서비스팀의 관리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홍콩 노숙인 지원단체인 지역사회조직협회(SoCO)의 응 와이퉁 활동가는 임시주택 공급 증가가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거처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노숙자들의 복잡한 필요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노숙자들이 사회적 연결망이 도심에 있기 때문에 신계(新界) 지역의 임시 주택으로 이주하기를 꺼린다"고 설명했다.
임팩트HK의 딥 응도 주거 공간을 제공받은 노숙자 중 약 30%가 심리적 문제로 다시 노숙 생활로 돌아간다며 정서적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홍콩의 노숙자용 단기 호스텔은 228개로, 평균 점유율은 73% 수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