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감한 이슈를 피하며, 유연한 안미경중을 모색한 자리였다."
지난 1일 열린 경주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한국 전문가들의 평가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찾아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협력한다) 노선을 과거와 같이 이어갈 수 없다”고 했던 발언에서 이번 한·미, 한·중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유연하게 변화했다는 데 주목했다. 회담 직전 돌출변수로 등장한 핵동력 잠수함 등 민감한 이슈를 피하면서도 두 정상의 ‘케미스트리(화학작용)’를 맞추는 데 성공한 회담이라고 지적했다.

리춘푸(李春福) 허난 재경정법대 교수는 2일 중앙일보에 “APEC 의장국을 인계받은 시 주석의 나비 발언이 인상적”이었다며 “전날 이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경주의 나비가 선전에서 노래하면 좋겠다며 두 정상의 케미를 과시했다”고 말했다. 선물을 교환하면서 샤오미 스마트폰의 보안 질의와 ‘백도어’ 확인까지 두 정상이 친화력을 잘 보여줬다는 평가다.
중국은 회담 발표문에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점도 주목했다. 리 교수는 “이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간 전략적 소통을 강조한 부분은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한반도 피스 메이커를 요청한 셈”이라며 “중국 역시 정상궤도로 돌아온 북·중 관계를 의식한 듯 말을 아꼈다”고 분석했다. “민생협력을 강조하고 통화 스와프, 한반도 문제 등 실용협력으로 안미경중 노선 폐기선언에서 이슈별 협력의 유연성과 국익중심의 방향성을 제시한 회담”이었다는 평가다.
그러면서 내년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성사된다면 그 전후로 미·북 양자뿐만 아니라, 한반도 해법을 논의할 남·북·미·중 4자 회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에 이어 시 주석의 11년만의 국빈 방한에서도 한·중 공동성명이 불발된 데에 대해서는 APEC 다자회담 계기라는 한계를 지적했다. 리 교수는 “이 대통령은 신화사 회견에서 한·중 관계의 복원에 방점을 뒀다”며 “구체적인 성과까지 조율하려면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다음번 이 대통령의 국빈 방중 시점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둥샹룽(董向榮) 중국사회과학원 아태세계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본지에 경주 회담을 문제점은 직시하고 실질적 협력을 강조한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동안 중국 이슈는 한국 정치에 휘말리면서 심각한 좌절을 겪었다”라며 “중한 관계가 저점을 벗어나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려면 정치적 상호 신뢰를 재건하고 우호적인 국민감정을 재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중간 새로운 경제 협력 모델을 모색한 점도 성과로 꼽았다. 둥 연구원은 “수교 33년 이래 중·한 경제 관계는 상호보완에서 특정 분야의 경쟁 중심으로 전환했으며 경제 협력 모델의 조정에 직면했다””라며 “이번 정상회담 기간 서비스무역, 과학기술, 농업 등 영역에서 실질적 협력에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은 양국 경제계에 높은 관심을 받을만하다”고 말했다.
경제 협력에 대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이익의 끈을 더욱 단단히 메자”며 “인공지능, 바이오 제약, 녹색 산업, 실버 경제 등 신흥 영역에서의 협력”을 제안했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중국이 미국의 견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신흥 분야에서 한국과 새로운 협력모델을 찾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신화사는 또 “상대방의 핵심 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배려하며, 갈등(矛盾·모순)과 차이점(分歧·분기)를 우호적인 협상을 통해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심이익은 보통 우리는 북한 비핵화를, 중국은 대만 문제를 말한다.
중국이 말하는 모순은 국가 체제의 차이를 일컫는다. 천샹양(陳向陽)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동북아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2022년 학술지 ‘현대국제관계’에 기고한 ‘한중수교 30주년: 실질적 협력과 구조적 모순’이란 글에서 구조적 모순을 자세히 분석했다. 그는 “한·중은 경제적 비대칭성이 두드러지고 정치·안보 이념의 이견이 심화되고, 협력 환경의 불안정 요소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두 나라, 두 제도, 두 안보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이 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연합보는 2일 “시리회(習李會, 시진핑·이재명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 복귀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할 것을 기대했다”면서 “회담 후 중국 매체는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양국 중앙은행간5년만기 70조원 규모의 원·위안 통화스왑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홍콩 성도일보는 양국 민심이 서로 통하도록 여론 인도와 인적 교류 확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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