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3일부터 동성 간 결혼 합법
동남아 최초·아시아 세번째…총리 “자부심 가져야”
태국에서 23일부터 동성 간 결혼이 허용된다. 동성 커플이 합법적으로 부부가 됨에 따라 상속, 세금 공제, 입양 등에서도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태국은 아시아 세번째, 동남아 첫번째 동성혼 허용 국가가 된다.
22일 방콕포스트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태국 정부는 23일부터 전국 행정 사무소와 해외 태국 대사관·영사관에서 성소수자 커플의 혼인신고를 받는다.
지난해 태국 하원과 상원에서는 동성혼 허용을 골자로 하는 결혼평등법이 정부와 의회의 지지에 힘입어 압도적으로 통과된 바 있다. 새 법은 혼인 주체를 ‘남녀’, ‘남편과 아내’로 규정했던 기존 법을 개정해 ‘두 개인’, ‘배우자’ 등 성중립적 용어를 채택했다. 18세 이상이 되면 성별과 관계 없이 혼인신고를 할 수 있으며 동성 부부의 상속, 세금 공제, 입양 등에 관한 권리도 이성 부부와 동등하게 보장한다.
시행을 앞두고 태국 정부는 제도를 정비하고 공무원 교육을 실시했으며, 법 발효를 축하하는 행사를 계획했다. 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꿈만 같지만 꿈이 아니다. 모두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세계가 우리를 주목하고 있다. 우리 나라가 국민들에게 이런 지원을 한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콕 행정 당국은 최근 공무원 대상 워크숍에서 “사회는 준비가 됐다. 법도 준비 중이다. 퍼즐의 마지막 조각은 공무원들의 이해”라고 강조했다.
방콕시와 성소수자 단체 방콕프라이드는 23일 방콕 시내 대형 쇼핑몰 시암파라곤에서 ‘결혼 평등의 날’ 행사를 대규모로 개최한다. 주최측은 동성혼 합법화 첫날을 기념해 단체로 혼인신고를 할 계획이며, 300여쌍이 사전 참가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방콕프라이드 창립자인 앤 추마폰은 “결혼평등법은 성소수자에게도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존엄성을 되찾아준다”며 “이 여정을 함께해온 모든 커플에게 의미 있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혼을 넘어 법적 결합을 기다려온 이들은 기쁨을 나타냈다. 13년 넘게 함께한 연인과 2019년 결혼식도 올렸던 다나야 폼파윰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갑자기 현실이 돼 정말 행복하다”며 첫날 바로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AP에 밝혔다.
동남아에서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건 태국이 처음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 네팔에 이어 세번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