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럭바위와 한 몸 되어 살아온 1100년

2024-11-04

충북 괴산 청천면 낙영산 자락에 터잡은 천년 고찰 공림사에는 ‘천년 느티나무’로 불리는 큰 나무가 있다. 1100년 전인 신라 시대에 경문왕의 지시로 절집을 지은 자정 스님이 심은 나무라고 한다. 전하는 이야기대로라면 느티나무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됐다.

나무는 높이 12m, 줄기둘레 8m이며, 나뭇가지는 동서로 11.6m, 남북으로 14m까지 펼쳤다. 이 정도 규모라면 비슷한 기후에서 자라는 여느 느티나무와 견주었을 때 1000년 넘은 나무로 보기에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나무를 심어 키운 기록이 남지 않아 나무나이를 비롯한 나무를 키워온 내력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럼에도 ‘천년 느티나무’와 절집의 전각들이 어우러지며 뿜어내는 풍광만큼은 더 없이 절묘하다. 특히 나무 앞으로 이어지는 너른 마당 가장자리에 숲을 이룬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를 거느리는 듯한 기품으로 늠연히 서 있는 오래된 느티나무 풍경은 가히 장관이라 할 수 있다.

종무소와 요사채 사잇길 언덕의 너럭바위 곁에 서 있는 ‘천년 느티나무’는 뿌리가 바위 아래쪽을 뚫고 퍼져나갈 정도로 바위와 바짝 붙어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나무줄기의 아랫부분은 바위 반대편으로 난 길 쪽으로 밀려났고, 1m 높이 부분에서부터는 바위를 감싸고 휘어돌며 자랐다. 나무의 생육에는 유리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거대한 너럭바위를 등에 진 채 바위와 한 몸을 이룬 나무의 생김새가 오히려 생명의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 나무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큰 나무들에 흔히 전하는 이야기처럼 나라에 큰일이 있을 때마다 특별한 울음소리를 내서 사람들로 하여금 비상사태에 대비하도록 알렸다고 한다. 일제 침략자들이 물러가던 1945년과 한국전쟁이 일어난 1950년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한다.

1000년을 살아가는 경이로운 생명 앞에서 과학의 잣대는 내려놓고 오래된 절집의 상징으로 살아온 나무가 보내는 천 번의 가을에 갈채를 보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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