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모바일 혁명에 이어 ‘챗GPT’로 촉발된 생성형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최근 생성형 AI 발전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 과거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연산 자원을 투입하기만 하면 엄청난 속도로 개선되던 성능이 점차 한계에 봉착했고 신형 AI 출시 주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의 기틀이 된 트랜스포머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 속에 오픈AI를 비롯한 주요 AI 개발사들은 추론·에이전트 등 대안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17일 실리콘밸리 테크계에 따르면 AI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그간 생성형 AI에 통용되던 ‘규모(Scaling)의 법칙’이 무너졌다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테크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GPT-5로 알려진 ‘오라이온(Orion)’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과거 모델보다 성능 개선 폭이 적어 고심 중”이라며 “AI 성장의 핵심적인 가정인 ‘규모의 법칙’이 시험받고 있어 잠재적으로 다른 유형의 법칙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생성형 AI 혁명을 이끌어 온 오픈AI의 GPT 모델 출시 주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2018년 6월 GPT-1이 출시된 뒤 2019년 2월 GPT-2, 2020년 5월 GPT-3가 출시되기까지는 1년 안팎 걸리는 데 그쳤으나 이후 2022년 3월 GPT-3.5, 2023년 3월 GPT-4가 출시된 후에는 1년 반 넘게 주요 버전 업그레이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테크계는 단순한 AI 성능 개선을 넘어선 추론·챗봇·경량화 등 ‘서비스 다양화’로 품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답변을 이끌어내는 시간을 늘려 추론 성능을 높인 오픈AI-o1과 PC 화면 인식이 가능한 앤스로픽의 AI 에이전트,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GPT-4o와 구글 제미나이 라이브 등을 통해 속도보다는 세분화한 기능에 무게를 두는 방식으로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