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편집위원

‘달 밝은 이 한밤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네 마음 내가 알고/ 내 마음 네가 안다/ 울지마라 두견새야/ 님 그려 울어 예는/ 서리서리 맺힌 사연/ 님 계신 선창가에/ 전하여 주소/…’
이미자의 노래 ‘두견새 우는 사연’이다. 1967년에 나온 이 노래는 영화 ‘두견새 우는 사연’의 주제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두견새를 보기는 힘들다. 두견새는 과연 슬프게 울까.
1970년 발표된 ‘소양강 처녀’에도 ‘해 저문 소양강에 황혼이 지면/ 외로운 갈대밭에 슬피 우는 두견새야/ 열 여덞 딸기 같은 어린애 순정/ 너마저 몰라주면 나는 나는 어쩌나’라며 슬피 우는 두견새를 노래했다.
두견새는 또 일본 전국시대 ‘전국 3영걸‘이라 일컬어지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와도 연결된다.
두견새가 울지 않을 때 이들은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를 비교했다.
노부나가는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린다’, 히데요시는 ‘울지 않으면 울게 한다’, 이에야스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고 했다.
노부나가는 결국 살해당했고, 히데요시는 임진왜란의 실패를 겪었으며 아들 대에서 가문이 몰락한다. 이에 반해 이에야스는 전국시대를 종결시키며 그의 후손들이 200년간 권력을 잡는 에도시대를 열었다.
▲이처럼 슬피 우는 것처럼만 보이는 여름 철새 두견새가 산새 중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생물자원관이 지난해 5월 제주시 구좌읍과 조천읍에서 위치추적발신기를 부착한 제주 태생 두견새 두 마리가 8~9월 제주를 출발해 서쪽으로 이동했다. 이 두 마리는 중국, 인도, 스리랑카를 거쳐 12월 초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너 연말 아프리카 대륙에 도착했다.
이 중 한 마리는 모잠비크에서 겨울을 보낸 후 올해 4월 동쪽으로 출발해 올해 6월 초 제주에 왔다는 것이다. 번식지로 찾아온 것이다.
두견새의 귀소성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두견새는 특히 올해 봄 아프리카 동쪽으로 이동 시 아라비아해와 인도양을 건널 때는 4180km를 6일 동안 쉬지 않고 횡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단한 인내력이다.
물과 음식은 어떻게 섭취했는지, 아니면 굶은 채 날았는지도 궁금하다.
우리는 대중가요나 시조, 시를 통해 그저 슬프게만 우는 새인 줄 알았는데 저렇게 강인할 줄이야.
우리는 과연 두견새의 비밀을 얼마만큼 알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