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격변 몰아친 한 해, '아무것도 안 한' 투자자가 이겼다

2025-12-29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관세 충격, 미국에 대한 신뢰 약화, 인공지능(AI) 열풍이 뒤섞이며 글로벌 증시가 크게 요동친 한 해였지만, 결과적으로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 쪽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은' 투자자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복잡한 매매 대신 장기 분산투자와 단순한 포트폴리오를 유지한 전략이 시장 변동성을 이겨냈다는 평가다.

2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초 미국 주식에 투자해 묵혀뒀다면 나쁘지 않은 수익을, 해외 주식에 분산했다면 그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거뒀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진단이라고 전했다.

미 국채를 들고 있었던 투자자들도 금리 하락 수혜를 누렸고, 심지어 현금에 머문 경우에도 높은 단기 금리 덕에 준수한 이자를 챙길 수 있었다.

관세와 AI,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 논란이 포트폴리오를 흔드는 와중에도 지나친 매매를 자제한 이들이 결과적으로 보상을 받은 셈이다.

미국 이외 지역에 분산한 'ABUSA(Anywhere But U.S.A.)' 트레이드는 올해 최고의 판단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보이면서, 영국·유럽·일본·신흥국 주식은 모두 S&P500과 나스닥 종합지수를 상회했다.

독일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은 유럽 증시는 배당을 포함해 달러 기준으로 36% 급등했는데, 이는 S&P500의 19% 상승률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한편 AI 관련 주식의 가격은 '비싼' 수준에서 '터무니없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인간 수준의 지능을 목표로 한 대규모 투자를 경영진에게 독려했다가, 이후에는 인간을 대체하지 않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AI를 좇는 쪽으로 되돌아섰다. 나스닥 지수는 4월 저점에서 연중 한때 21% 하락했지만, 10월에는 25% 상승한 수준에서 정점을 찍었다.

이 과정에서 이른바 'K자형 경제' 논쟁도 AI 붐과 겹쳐 나타났다. 일부 빅테크와 AI 수혜주가 시가총액 기준 지수를 끌어올리는 동안, 나머지 종목 상당수는 제자리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양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유로화 기준으로 보면 S&P500 구성 종목의 평균 주가는 소폭 마이너스를 기록한 반면, 시총 가중 지수는 소폭 플러스에 머물렀다. 빅테크의 초과 성과가 'K자형 주식시장'을 만든 셈이다.

전문가들은 관건은 내년 이후라고 입을 모은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치적 압력과 백악관의 이해관계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을지, 인플레이션이 재차 고착화되지 않으면서도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세 정책이 유지될지 등 굵직한 질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AI가 실제 수익을 뒷받침할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올해 형성된 고평가 구간이 언제든 조정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날 CNN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월가가 제시하는 해법 가운데 하나가 '투자를 단순하게 유지하라'는 일명 'KISS(Keep It Simple and Smart)'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이는 특정 펀드나 매니저, 섹터를 골라 '최고'를 맞히려 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전체 시장 성과를 추종하는 소수의 저비용 펀드를 중심에 두고 가는 방식을 뜻한다.

다수의 액티브 펀드가 장기적으로 시장 평균 수익률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점은 각종 통계로도 확인된다. 글로벌 펀드 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운용한 펀드 가운데 시장 수익률을 웃돈 비중은 20% 안팎에 그쳤다.

특히 S&P500과 비교되는 대형주 펀드만 놓고 보면, 20년 동안 지수를 앞선 펀드는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높은 수수료까지 감안하면, "시장을 이기는 것이 오히려 예외적인 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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