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검은색 옷’ 유행

2025-08-18

조선시대 말 ‘사상방(四象方)’의 저자 이제마(李濟馬, 1838~1900)는 ‘검은색’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 검은색은 뜨거운 햇볕을 끌어들이는 인화성이 있기에 화경을 햇볕과 숯에 맞추어 놓으면 숯에 불이 댕기었기에 성냥이 귀했던 개화기 때까지도 많이 사용했었다. 날씨가 몹시 추운 겨울철에 보온재로 우리 조상들이 검은색 옷을 많이 입었던 것이다. 5색을 사상방으로 해석해보면 검은색의 경우 방위로는 북쪽, 계절로는 겨울, 5행으로는 물, 오장으로는 오줌통과 콩팥이 관련되었고, 푸른색의 경우 동쪽, 봄, 나무, 쓸개와 간이 관련되어 있다. 또 붉은색은 남쪽, 여름, 불, 소장과 심장이 관련되었고. 흰색은 서쪽, 가을, 쇠, 그리고 대장과 허파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였다. 또한 노란색의 경우는 4계절 끝부분 18일씩으로 되어 있기에 중앙으로 기록되어 있다. 끝으로 ‘사상방’에서 ‘검은색은 금생수(金生水), 수극화(水克火)의 원리가 있기에 허파나 대장이 좋은 체질자에게는 검은색 의복 착용도 괜찮지만 심장이 약하거나 부정맥, 협심증 등의 증상이 있는 체질과 혹 스탠드 시술을 한 사람에게는 오행상으로 좋지 않을 것’이라 했다. 

가톨릭에서 수녀들이 머리에 쓰는 검은 베일과 의상, 그리고 상갓집에서 상복을 검은색으로 만들어 입는 것은 음성(陰性)일 뿐 아니라 고결함을 상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검은색은 인체의 콩팥과 연관되어 있다. 콩팥은 극히 연약한 기관이지만 생리, 배뇨 등의 역할이 대단하기에 염통, 지라 등 다른 오장은 인체에 각각 1개씩만 있는데 반해 콩팥은 2개를 붙여 놓아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남성의 경우 60대 쯤 되면 대략 50% 이상이 경중은 다르겠지만 전립선이나 방광염 등 비뇨기 계통의 질병에 시달린다. 게다가 치료도 쉽지 않아서 평생 동안 기저귀를 차고 살아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검은색은 5색 중 내성(內性)에 속하기 때문에 표현하지 못할 억울한 사연이 있을 때에 검은 의상을 입고 스트레스를 해소한다고 한다. 이 같은 내성적인 성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에는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는 윤 6월이 들었고, 말복(末伏)이 입추(立秋) 2일 후에 들어 있기에 강렬한 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은 했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는 극심한 폭염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열대야로 밤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날이 계속됐다. 그런 가운데 어디서 불어오는 바람인지 검은색이 폭발적으로 유행하고 있어서 무더위를 가중시키는 듯하다. 실제 전주 한옥마을에 온 관광객 중에는 검은색 의상은 물론 마스크와 모자, 가방, 양말, 신발, 양산, 안경까지 모두 짙은 검은색으로 장식한 사람이 있어 보는 사람이 답답함을 느낄 정도다.

지금 시대에는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의 5색으로 찬란하게 장식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물감이 흔치 않았기 때문에 자연색으로 흰색이 많았고, 푸른색으로 쪽을 즙내어 물들인 옷이나 이불이 있었으며 홍화로 붉은색, 치자로 노란색, 황토로 미색을 물들여 입었다. 검은색 의복으로 전신 또는 반신을 착용했을 경우 온열기가 강할 것인즉 물을 자주 먹고, 몸도 자주 식혀 주어야 할 것이다. 또 매사를 급하게 서둘지 말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 양복규 (동암법인 이사장·명예교육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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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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