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코틀랜드 명문 축구 클럽 셀틱FC와 셀틱 보이스 클럽(Celtic Boys Club)에서 발생한 아동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이 약 8년에 걸친 법적 싸움 끝에 구단과 민사상 합의에 도달했다. 스코틀랜드 사법 역사상 드물게 시행된 집단소송의 결과다.
피해자들을 대리한 톰프슨스 변호사 사무소는 최근 셀틱과 7자리 수(한화 수십억 원 규모) 합의금에 도달했다고 8일 디애슬레틱을 통해 밝혔다. 이번 소송에는 총 28명이 참여했으며, 그 중 22명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다. 나머지 피해자들과의 합의도 연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합의는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뤄졌지만, 셀틱 구단은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깊은 동정을 표하며, 이 합의가 어느 정도의 치유가 되길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구단의 조기 대응 실패가 오히려 상처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변호사 로라 코너는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사과와 신속한 합의가 있었다면 피해자들이 겪은 정신적 상처는 훨씬 덜했을 것”이라며 “수십 년 간 침묵해온 구단의 태도가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비판했다.
사건 핵심 인물은 셀틱 보이스 클럽을 1966년 창립한 짐 토벳이다. 그는 1998년 첫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후 2018년과 2023년에도 추가 아동 성폭력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토벳 외에도 클럽 코치였던 프랭크 케어니 등 총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케어니는 1998년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18년 다시 기소돼 8명의 피해자에 대한 혐의가 인정됐다.
셀틱 구단은 오랜 기간 보이스 클럽과 자신들의 법적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셀틱 보이스 클럽은 수십 년간 셀틱 1군팀에 선수를 공급한 유소년 육성기관이었다”며 “양자 간 긴밀한 조직적 연결이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집단소송이 가능해진 건 2017년 스코틀랜드 의회가 제정한 ‘아동학대 청구 시효 폐지법(CALA)’ 덕분이다. 이후 법원은 2022년 피해자 22명이 단일 소송으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
이번 합의는 셀틱 측의 책임 인정 없이 마무리됐지만, 피해자들과 대리인 측은 “경제적 보상보다는, 구단이 드디어 이 문제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 있다”고 밝혔다. 디애슬레틱은 “이런 상처를 공개 증언으로 마주한 피해자들의 용기야말로 진정한 정의의 출발점”이라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스코틀랜드 축구계 전반에 걸친 과거 아동학대 사건들에 대한 재조명과 사과, 시스템 개선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