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된 정당 현수막…'재활용법'으로 환경오염 막을 수 있을까 [법안 돋보기]

2025-07-19

길거리 곳곳에 걸린 정당 현수막이 도시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2022년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현수막 설치 조건이 완화된 뒤 거리에는 눈에 띄게 많은 현수막이 쏟아졌습니다. 주택가 골목이나 교차로 등 유동 인구가 몰리는 장소마다 어김없이 정당 현수막이 등장하며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듭니다. 정치 공세 문구와 혐오 표현으로 길거리가 뒤덮이며 일각에선 ‘현수막 공해’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더 큰 문제는 쓰레기입니다. 정당 현수막은 주로 재활용이 어려운 재질로 만들어져 환경오염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대선 같은 대규모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현수막 폐기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점도 큰 문제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회에 현수막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옥외광고물법 개정…현수막 난립 부추겨

정당 현수막이 거리마다 넘쳐나기 시작한 건 2022년 6월 ‘옥외광고물법’ 개정 이후입니다. 개정안은 헌법상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 현수막에 대해 허가·신고(제3조)와 금지·제한(제4조)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정당은 지자체에 별도 신고 없이도 현수막을 최대 15일간 게시할 수 있게 됐고, 설치 장소 역시 일반 현수막보다 훨씬 폭넓게 허용됐습니다.

정당 현수막에 대한 환경 오염, 도시 미관 저해 등을 걱정하는 여론이 높아지며 규제 강화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24년 1월 정당 활동과 국민 생활 환경의 조화를 위해 정당 현수막의 개수를 ‘읍면동별 2개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나온 겁니다. 개수를 제한했지만 여전히 시내 한복판과 길거리마다 현수막이 넘쳐나면서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철마다 1000톤 넘는 현수막 쓰레기 쏟아져

선거를 치를 때마다 정당 현수막 쓰레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집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약 1110 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는 1557 톤의 현수막 폐기물이 발생했습니다. 제22대 총선에서도 1235 톤의 쓰레기가 나왔습니다. 선거 한 번에 1000 톤이 넘는 쓰레기가 버려지는 셈입니다.

재활용률도 낮습니다. 행정안전부와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폐현수막 1만 3985 톤 가운데 재활용된 비율은 24%에서 34% 수준에 그쳤습니다.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는 현수막 재질에 있습니다. 현수막은 보통 폴리에스터, 면 등으로 구성된 합성 섬유로 제작됩니다.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수요처가 적고, 수거·운반도 까다로워 소각 처리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쓰레기를 소각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이나 이산화탄소 등 유해 물질이 발생해 환경 오염 문제도 커지고 있습니다.

쓰레기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여야 의원 모두 현수막 재활용을 촉진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습니다.

여야 모두 현수막 재활용 촉진 법안 발의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정치·선거 현수막 재활용과 관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습니다.

민 의원 안은 폐현수막 재활용을 의무화하고, 사회적기업·중소기업·여성기업·장애인기업 등이 우선적으로 재활용 업무를 맡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장이 철거된 선전물 중 재활용 가능한 재질의 현수막을 선관위 규칙에 따라 재활용해야 하며, 해당 업무를 위탁할 경우 우선 대상 기업에 맡기도록 했습니다. 이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한 차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현수막을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선거벽보나 현수막을 설치·게시할 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에 따라 생화학적으로 분해되거나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정당 현수막 재활용을 촉진하는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이번 개정안 역시 국회 통과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실적 한계에…“차라리 없애자” 지적도

현수막을 재활용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적지 않습니다. 폐현수막은 세척·건조·코팅 등의 과정을 거쳐 에코백, 지갑 등으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이 과정을 위해선 처음부터 재활용이 쉬운 소재로 제작돼야 합니다. 그러나 친환경 소재는 일반 현수막에 비해 제작 단가가 2~3배가량 비싸 선거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선거 현수막 특성상 강도가 높고 오염 물질에 대한 저항성도 커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친환경 소재로 현수막을 제작하는 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갈등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김민석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6억 돈다발’이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자 민주당은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라며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고,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을 무고 혐의로 맞고발했습니다. 정당 현수막을 둘러싼 시민들의 피로감이 커지며 재활용 방안을 모색하기보다 차라리 정치 현수막 자체를 없애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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