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찰나의 재회일까, 재결합의 전조일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간 묘한 연합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10·15 부동산 대책,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여부 등이 뒤얽힌 공방에서 교집합이 커지기도 했지만, 정치권의 관심을 순간 집중시킨 건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직접 엄호 사격한 대목이다.
이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대통령실이 장 대표의 다주택 보유를 공격하자 26일 페이스북에 “장 대표에 대한 (다주택) 비판은 뜬금포”라며 “마이바흐 타고 벤틀리 타는 사람들이 집에 중형차 한 대, 경차 한 대, 용달 한 대, 오토바이 한 대 있는 사람한테 차가 4대라고 공격하는 느낌”이라고 썼다. 국민의힘에서는 27일 “촌철살인 한마디가 민주당 말문을 막히게 했다”(당 지도부), “당 논평은 다 묻혔다. 이 대표 메시지 이후 공세가 쑥 들어갔다”(초선 의원)는 호평이 이어졌다.

이전 까지 장 대표를 향한 이 대표의 발언은 독설이 대부분이었다. 이 대표는 지난달 장 대표가 장외투쟁에 나서자 “황교안의 길에 함께 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혹평했고,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하자 “심각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 대표의 변화를 느끼고 있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과거 이 대표가 독설 일색이었다면 지금은 비판하더라도 ‘이재명 정부를 함께 견제하려면 장 대표가 변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는 쪽으로 기류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변화는 국정감사를 고리로 전개되어 온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합동 전선을 배경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일 이기인 개혁신당 사무총장이 이재명 대통령과 김현지 부속실장의 과거 영상을 공개하며 국감 출석을 촉구하자, 김미애·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게시글을 공유하며 협공에 나섰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6일 김현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여사님 그냥 제발 국회에 좀 나오십시오”라고 지원 사격했다.
2022년 ‘성 접대 의혹’으로 이 대표를 밀어내는 데 합심했던 옛 친윤계의 눈길도 한층 부드러워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진들이 이준석 대표를 만나면 ‘언제 들어올거야’란 말을 많이 한다”며 “내년 지방 선거의 승부처가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인 만큼 이 대표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표와 장 대표가 거리를 좁히는 데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가교 역할이 작용했다. 오 시장은 지난달 한 언론사 행사장에서 만난 장 대표와 이 대표에게 “지방선거 전에는 같이 힘을 합쳐야죠”라고 말했고, 장 대표는 웃으며 “잘해야죠”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지난달 3일 국회 토론회에서도 “개혁신당과 합당이 됐든 선거 연대가 됐든 합심해서 무도한 폭주기관차(정부·여당)를 견제해야 한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오 시장은 이번 국감 뒤 이 대표와 독대 일정도 잡았다. 이 대표에게 꾸준히 연대의 중요성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연대 기류가 지속되기 어려울 거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장 대표와 이 대표가 개별적으로 독대하거나 식사하는 등 직접적인 결합 징후는 없다”고 했다. 다른 당 관계자도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정말 선거에 유리한 것인지 신중하게 접근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장 대표도 최근 사석에서 “선거 연대는 아직은 급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
이준석 대표는 27일 통화에서 “정부·여당이 엉뚱한 장 대표를 공격해 부동산 문제를 물 타려고 해서 반박한 것”이라며 “나는 정상적인 정치를 하는 정당과의 연대는 늘 열어 놓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아직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