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청자가 뿔났다. ‘아동학대 피해도 전생의 업보’라는 막장 설정과 기이하고도 느린 전개로, 기대작에서 ‘망작’으로 떨어졌다. 종합편성채널 JTBC 주말극 ‘천국보다 아름다운’(감독 김석윤)이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80세의 모습으로 천국에 도착한 해숙(김혜자)이 젊어진 남편 낙준(손석구)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현생 초월 로맨스다. ‘눈이 부시게’ 이남규, 김수진 작가의 신작으로, 김석윤 감독과 또 한 번 의기투합하고 손석구, 김혜자, 한지민 등 인기배우들이 총출동해 방송 전부터 높은 기대를 받아온 작품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 전혀 다른 요리를 받은 느낌이다. 초반에는 이야기와 큰 상관없이 ‘개’에 집착하는 전개로 ‘드라마가 개판’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김혜자와 손석구의 부부 케미스트리를 기대한 이들은 기대와 달리 ‘해숙’이 내내 밥만 짓자 “해숙의 ‘삼시 세끼’냐”며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특히 17일 방송된 9회에서는 이해숙(김혜자)과 이영애(이정은) 부녀의 전생 인연이 공개됐는데, 이 부분이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극하고 있다. 해숙이 수양딸처럼 키운 영애에게 어릴 적 폭력을 휘두른 아빠가 찾아왔는데, 그 상황에서 밝혀진 이들의 전생 인연이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영애와 가정폭력범인 영애 아빠는 전생에 불륜으로 맺어진 부부였고, 첩이었던 영애가 낳은 딸이 ‘해숙’이라 그 업보가 돌고 돌아 현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정이다.
방송 직후 커뮤니티는 들끓었다. “너무 징그러움. 가정폭력범 아빠랑 학대당하던 어린 딸이 전생에 부부? 심지어 불륜? 진짜 미친 같음, 역겨운 사상” “기괴한 설정이네. 좀 역겹다” “피해자의 업보니 가해자를 용서하라는 소린가. 여기 출연한 배우들만 아깝다” 등 여러 사람들이 아동학대가 마치 피해자 업보라고 설득시키는 듯한 드라마 화법에 화를 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솜이’(한지민)의 정체도 불안하다는 이들도 많다. ‘해숙’의 남편인 ‘낙준’과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타는 터라 시청자에게 불쾌감을 전달하고 있는데, 모든 이가 납득할 만한 비밀과 반전이 있어야만 겨우 그 불쾌감을 털 수 있을 거라 입 모아 얘기하고 있다. 이남규, 김수진 작가가 감춰둔 비장의 카드가 시청자에게도 통해야 할텐데, 지금까지 전개를 봐서는 불안하다는 의견들이 즐비하다.
벌써부터 하차 선언들도 터져나오고 있다. 누리꾼들은 “저번주 기점으로 포기히고 하차함” “차라리 초반에 개들만 나오는 게 더 나았을 정도” “진짜 괴랄하다. 하차하길 잘 했다” “사상이 쓰레기 같은데 개똥철학을 설파하는 드라마 오랜만이라 열받아” “개파티만 해서 바로 하차한 나, 잘했다” “내 생애 최악의 드라마로 등극함” 등 작품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싸늘해진 시청자들의 시선 속에서 ‘천국보다 아름다운’ 결말을 만날 수 있을까. 그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매주 토, 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