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고령사회 대한민국, 누구를 위한 실버타운인가?

2025-05-13

나윤서 / 금융컨설턴트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는 조용하지만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것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의 문제입니다. 2024년 12월 23일, 대한민국은 공식적으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이 구조는 2036년에는 30%, 2045년에는 4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구 구조 변화는 자연스럽게 ‘실버타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현재의 실버타운들은 누구를 위한 공간일까요? 그리고 이 시설들은 과연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요?

최근 실버타운 업계는 옴니채널 판매 전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옴니채널이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소셜미디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합하여 소비자에게 하나의 연결된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IKEA나 BestBuy와 같은 글로벌 유통기업들이 이를 활용해 소비자와 소통하듯, 실버타운 업계도 주거, 간병, 의료, 여가, 커뮤니티를 하나의 통합 상품으로 포장하여 판매하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S그룹사는 이러한 트렌드를 일찍이 인식하고 1995년부터 준비해 2001년 5월, 최초의 옴니채널형 실버타운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2009년에는 K병원이 운영을 맡은 고급 시니어클럽이 개관하였고, 이후 중소 시행사들과 중견기업들이 너도나도 ‘하이엔드’ 실버타운 시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고소득 상위 10%를 겨냥해 돌봄과 안전을 전면에 내세운 유사 상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옴니채널 전략은 상품의 구성 요소를 ‘생활비’나 ‘관리비’ 등으로 묶어 비용 구조를 모호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고객이 지불하는 고비용의 실체를 흐리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눈에는 실질적인 욕망이 담긴 선택지가 아닌 ‘간병’과 ‘질병’, ‘안전’이라는 외형만이 남습니다.

최근에는 일부 보험사들이 중산층을 겨냥한 실버타운도 선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여전히 비싸고 제한적인 접근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K생명의 옴니채널 상품은 월 400~500만원(2인 기준), S라이프의 경우 150~200만원 수준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중산층 대상’이라 해도 실질적으로는 대다수 노인들에게는 접근조차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처럼 실버산업이 지닌 구조적 한계는 우리 사회의 인구·소득 구조를 반영합니다. 2022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522만9천원, 본인 부담금은 123만6천원에 달합니다. 기대 여명은 평균 20.7년이나, 이를 지탱할 연금은 부족합니다. 국민연금 수급자는 60% 수준이고, 평균 수령액은 월 50만원에 불과합니다. 기초연금을 더해도 총 82만원 수준으로, 1인 가구의 최소 생활비 100만원을 충당하지 못합니다.

현재의 실버타운은 이처럼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노인들에게는 전혀 유효하지 않습니다. 고급화된 일방향 모델은 일부 계층만을 위한 것으로, 결코 사회 전체의 해법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합니다. 단순 소비형 실버타운에서 생산적 커뮤니티로의 전환입니다. 고령자들이 스스로 일할 수 있고, 창의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실버타운이어야 합니다. 일자리 제공, 교육 기회, 사회참여 프로그램이 결합된 모델이 바로 그것입니다. 1인 가구 증가와 활동성 저하에 대비한 복합형 케어센터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한 새로운 실버산업 모델입니다. 현재 실버타운이 특정 계층에 집중된 것처럼 보여서는 안 됩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은 전체의 90%에 달하고, 도움 없이 지내는 노인 10% 역시 언젠가는 돌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최근 일부 기업과 기관에서는 옴니채널 개념을 ‘판매 전략’이 아닌,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통합 플랫폼 전략으로 재정의하며 새로운 실버산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경제적·사회적 플랫폼으로서 실버타운을 재구상하는 시도입니다. 고령자가 수혜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는 구조,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는 모델이 바로 그 핵심입니다.

궁극적으로 이 질문은 단 하나로 귀결됩니다.

“과연 우리는 누구를 위한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가?”

고령화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공존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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