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상법이 개정된 데 이어, 여당이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을 포함하는 '더 센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재계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기업 성장 생태계가 왜곡되고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경제8단체 “추가 상법개정 멈춰달라” 호소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무역협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추가적인 상법 개정은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가치 하락을 초래해 결국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를 대상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정관으로 배제 불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지난 3일 1차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지 일주일 만인 지난 11일 공청회를 거치며 입법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경제8단체는 “지금 우리 경제는 ‘대내외 복합 위기’로 산업 경쟁력 약화와 통상 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 감소와 민생경제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며 “위기를 넘어 다시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핵심은 산업경쟁력 회복”이라면서 상법 추가 개정에 대한 반대를 표했다. 앞서 경제8단체는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도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인해 감사위원 선임이 투기 세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유감을 표한 바 있다.

상장사 77% “‘더 센’ 상법 개정, 성장 막는다”
이날 대한상의가가 발표한 상장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은 2차 상법 개정이 기업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76.7%는 “2차 상법 개정안이 자산 2조원 이상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기업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했다.
2차 개정안으로 인한 경영권 위협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74.0%의 기업이 “위협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에 따른 우려로는 ‘외부세력 추천 인사가 감사위원회를 주도해 이사회를 견제할 수 있다(39.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가장 필요한 보완책으로는 ‘정부의 법 해석 가이드 마련(38.7%)'과 ‘배임죄 구성요건 명확화·경영판단 원칙 명문화(27.0%)''하위법령 정비(18.3%)'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2023년 말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301곳에 불과한 반면, 다시 중소기업으로 회귀한 기업은 574곳으로 2배에 달했다”며 “이미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의 성장도 버거운 현실에서 2차 상법 개정은 중견기업의 대기업 도약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