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문화강국의 이면, 창작자의 권리는 어디에 있는가

2025-11-03

대한민국은 K콘텐츠 성공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드라마, 영화, 음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 한국의 창작물은 독창성과 완성도를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찬사를 받고 있다. 그 결과 '문화강국'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이 화려한 성공 뒤에는 창작자들이 겪는 구조적 불평등과 권리 침해라는 어두운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방송사용료 문제는 단순한 금전적 갈등을 넘어 창작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 한국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2025년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0원,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약 8만원이다. 그러나 음악 창작자들이 방송을 통해 받는 평균 저작권료는 월 6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하루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3배에서 6배 이상의 격차가 난다. 창작자들이 한 달 내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아도, 하루 일당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는 현실은 '문화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만든다. 문화의 주체이자 근간인 창작자들이 제 몫의 대가도 받지 못하는 사회를 과연 진정한 문화강국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방송사들은 음악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 번 사용하며 콘텐츠 완성도를 높이고 감동을 전달한다. 음악이 없다면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선은 제대로 전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 음악을 만든 창작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턱없이 부족하다. 심지어 일부 방송사는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저작권료를 임의대로 정산해 마음대로 입금하며 수년간 형사 처벌을 피해오고 있다. 한 작곡가는 “드라마 OST로 데뷔했지만, 해당 방송사가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아 단 한 번도 대가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예외가 아니라, 업계 전반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다. 창작자들에게 이러한 상황은 단순한 불편이나 분노를 넘어, 생계를 위협하는 절망으로 다가온다.

드라마, 예능, 시사 프로그램 등 방송 콘텐츠에서 음악은 필수적이다. K콘텐츠의 성공과 세계적 위상은 음악을 기반으로 이뤄졌으며, 방송사들 역시 이를 통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방송사용료는 10년 넘게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방송사들이 음악의 가치를 외면한 채 불공정한 구조를 유지한다면, 이는 음악 생태계뿐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체를 고갈시키는 자충수가 될 것이다. 문화산업 뿌리는 창작자에게 있고, 그들의 권리가 무너진다면 산업의 지속 가능성도 무너진다.

음악 창작자들의 주 수입원은 사실상 음악저작권료가 전부다. 드라마 한 편에 많게는 100여곡 이상의 음악이 필요하며, 한 프로젝트에만 최소 10~15명의 작곡가가 투입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송 콘텐츠는 유튜브나 기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수차례 재전송된다. 국내 주요 OTT 업체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저작권협회에 저작권료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협상 테이블에도 앉으려 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방송사용료의 정상화는 한국 음악 산업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이는 단순히 창작자들이 조금 더 많은 수익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외침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절실한 호소임을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방송사용료 체계의 정상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창작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콘텐츠 산업 전체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일이다. 방송사들은 창작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창작자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강화하고, 불공정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조처를 해야 한다.

문화강국의 진정한 척도는 화려한 성과나 수출액이 아니라, 그 성과를 만들어낸 창작자들이 얼마나 존중받고 보호받는가에 달려 있다. 현재의 방송사용료 체계는 이러한 음악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음악이 살아남고, 음악이 살아야 창작자들도 숨 쉴 수 있다. 이제라도 방송 사용료가 현 시대에 맞게 반드시 정상화 돼야 한다.

박성일 음악감독 copykum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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