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사고로 장기 손상과 한쪽 다리 절단이라는 시련을 겪고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던 몽골 의대생이 한국에서 새 삶을 얻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27일 "몽골 국립의대생 엥흐진(19)이 지난 7월 1일 다발성 장기 손상에 대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은 뒤 약 2주간 집중 치료를 거쳐 7월 16일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재활 치료를 받으며 귀국을 준비하고 있다.
엥흐진은 지난해 9월 의대에 갓 입학했을 무렵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로 위·폐·췌장·비장 압착과 내출혈, 골반·대퇴골 골절 등 중상을 입은 그는 몽골에서 네 차례 대수술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패혈증 때문에 왼쪽 무릎 위를 잘라내야 했다. 같은 해 10월 중국으로 옮겨져 치료를 이어갔지만, 수술이 여의치 않았고 결국 지난 4월 몽골로 귀국했다. 몽골과 중국에서 연이은 긴 치료에도 호전될 기미 없이 점점 나빠졌다. 엥흐진은 "몽골과 중국에선 더는 받아준다는 병원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절망에 빠진 그가 마지막 희망 삼아 찾은 곳은 한국이었다. 분당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는 그의 상태를 검토한 뒤 수술 가능성을 확인했고, 엥흐진은 사고 9개월 만인 지난 6월 19일 입원했다.
당시 엥흐진의 상태는 위태로웠다고 한다. 복벽(배 안 앞쪽의 벽)은 제대로 봉합되지 못한 채 열려 있었고, 영양 공급과 배변은 소장과 연결된 장루(인공 항문)에 의존해야 했다. 병원 관계자는 "잦은 수술과 영양 부족으로 근육과 지방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연부 조직 봉합이 어려웠고, 겉 피부만 겨우 꿰맨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수술은 응급외상중환자외과 신홍경 교수팀이 맡았다. 장기 복원뿐 아니라 삶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 고난도 수술이었다. 신 교수팀은 손상된 장기를 복원하고 기능을 잃은 위장관을 정교하게 연결해 복벽을 재건했다. 스스로 식사와 배변이 가능하도록 장기 구조를 완벽하게 복원했고 장루도 제거했다. 수술 후 집중 치료를 받은 엥흐진은 일반 식사가 가능할 만큼 회복했고, 감염 징후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
신 교수는 "몇 번 했는지 짐작하기도 어려운 수술 흔적과 그마저도 개복한 배를 봉합하지 못한 채 타국을 찾아온 환자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좋은 결과로 퇴원시킬 수 있어 의료진 모두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엥흐진은 의족을 착용하고 다시 걷기 위한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2주 후 두 발로 걸어 몽골로 돌아갈 예정이다. 그는 "스스로 식사하고 한 걸음씩 걷게 돼 새로운 삶을 사는 기분"이라며 "한국에서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더 확고히 다졌다. 언젠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연수와 펠로(전임의) 과정을 밟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다짐을 신 교수와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고 한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한국 의료가 단순한 치료를 넘어 삶의 회복이라는 기적을 선물한 것"이라며 "K-의료의 저력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