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중년인 홍기(김병춘 분)는 결혼 한지 얼마 안된 아버지로 최근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지막 신만 봐도 눈물이 줄줄 흐른다. 의사의 말로는 갱년기 때문이란다.
설을 맞아 딸이 좋아하는 과일을 준비해왔는데 딸은 친정을 들릴 여유도 없이 부산 시댁에 내려간다.
아내는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혼자 남은 홍기는 과일 상자를 싣고 딸을 만나기 위해 부산에 갈 결심을 한다.
홍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한 사돈과 딸 은영. 홍기는 마침 전을 부치고 있던 상황을 살피고 어쩐 일이냐라는 물음에 "전 부치러 왔다"라고 핑계를 댄다.
은영은 아빠가 갑자기 들이닥쳐 당황한 시댁 식구들 때문에 눈치 보기 바쁘다. 홍기는 딸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부산에서 사돈 식구들과 전을 부치고 회도 먹는 등 시간을 보낸다. 결국 술을 먹다 취해 사위에게 "우리 은영이를 잘 부탁한다"라면서 눈물을 흘려 버린다.
만취한 아빠를 재우고 다음, 은영의 눈에 그제야 과일 상자가 눈에 들어온다. 자신이 좋아하는 걸 먹이고 싶고 보고 싶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찾아온 아빠다.
'전 부치러 왔습니다'는 딸의 시댁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전 부치러 왔다'는 엉뚱한 핑계를 대며 전을 부치고, 시댁 식구들과 어색한 시간을 보내며 펼쳐지는 소동극이다.
경쾌함 뒤에 자리한 아버지의 복잡한 감정과 애틋함을 드러낸다. 딸이 시댁에서 불편해할 것을 알면서도 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달려온 아빠를 바라보는 딸의 시선은 처음엔 불편함과 짜증으로 가득하지만 결국 자신을 보기 위해 참지 못하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운전해 온 아빠의 사랑을 느낀다.
영화는 보는 이들을 긴장 시킬 만한 요소나 불편함은 없다. 그저 감독이 이끄는 대로 홍기의 귀여운 소동극을 지켜보면 된다. 러닝타임 2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