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소비자물가지수와 체감물가가 다른 이유

2024-10-13

통계청에 따르면 8월 기준 지난 12개월 동안 소비자물가지수(CPI)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율)은 2.0%였다. 그러나 상당수 일반인은 자신들이 체감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한탄한다. 왜 정부의 물가상승치와 체감물가가 다를까?

소비자물가지수는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들을 조사하고 정해서 일종의 구매 바구니를 만들고 매달 이 바구니를 구매하는 데 얼마나 비용이 드는지를 계산한 결과다. 기준연도의 바구니 비용을 100으로 잡고, 매달 또 매년 그 변화를 표시한 것이 소비자물가지수이며 이 지수의 변화율이 물가상승률이다.

우선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는 정부가 바구니에 포함된 상품과 서비스를 잘 선정했는가이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잘 대변해주던 상품들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이 더이상 구매하지 않는 상품들이 있고, 반면 과거에는 없었던 상품들이 현재 소비자들의 선택에 포함될 수 있다. 비디오(VCR)가 전자, 스마트폰이 후자의 사례다.

소비자들의 구매 선호도의 변화를 잘 반영시키기 위해 통계청은 2∼3년마다 바구니에 들어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비중을 조절하고 있으나 정부의 조절이 늦거나 부족할 수도 있다.

또 바구니 속에는 자동차나 냉장고처럼 수년에 한번씩 구매하는 상품도 있고, 일부 소비자들에게만 중요한 상품도 있다. 대학생 자녀가 없는 소비자는 대학교 등록금의 변화는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대학교 등록금은 10년 이상 동결돼 있다.

반면 식품류나 휘발유·외식같이 소비자가 매일 접하는 상품도 있다. 문제는 지난 2년 동안 이렇게 매일 접하는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유난히 빨리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상기온에 따라 신선야채나 과일·육류의 가격이 크게 올랐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산유국들의 생산량 감소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올랐으며,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외식가격도 빨리 올랐다. 소비자들은 이렇게 매일 보는 가격은 체감하지만 수개월이나 수년에 한번씩 보는 가격은 무시한다.

8월 통계를 보면 공산품만의 물가상승률은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산품에서도 소비자들의 편견효과가 있다. 상당수의 소비자들은 TV·스마트폰·냉장고 등을 구매할 때 유명한 브랜드의 최신 모델에만 관심이 있는데 이러한 최신 상품들의 가격은 매년 비싸지거나 최소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공산품의 가격도 올라가는 것으로 느낀다. 그러나 중소기업 상품들이나 수입품의 가격을 보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소비자들은 할인(세일) 때의 가격은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부가 가격조사를 할 때는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본다. 최신 모델이든 오래된 모델이든 각 품목의 평균적인 가격을 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들이 놓치거나 무시하는 가격도 소비자물가지수 계산에는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물가상승률 하락이 상승을 의미한다는 것을 잊을 수도 있다. 물가상승률이 2%로 떨어졌다고 하면 물가나 가격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천천히 2%씩 상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물가상승률 감소가 가격 하락이라고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다. 기술적인 이유로 정부와 중앙은행은 국가의 목표 물가상승률을 2%로 잡고 있다. 왜 2%를 바람직한 물가상승률로 생각하는지는 다음 기회에 설명하기로 한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