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평가 전문기관 한국신용평가(한신평)이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국면과 업황 부진 속에서도 사업포트폴리오를 기초 금속·귀금속·희소금속 등 전략광물로 효율적으로 다각화하면서 사업안정성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또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바탕으로 유가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하면서 이익창출력 역시 탄탄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한신평이 30일 고려아연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수준의 설비경쟁력, 시장 지위에 기반한 사업안정성 우수, 견조한 이익창출력, 우수한 재무안정성 등이 우호적 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고려아연은 단일 제련소로 글로벌 1위의 아연 및 연 생산능력을 보유한 온산제련소를 운영하는 가운데 우수한 설비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에서독과점적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며 “기초금속, 귀금속, 희소금속에 걸쳐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가 경기변동에 따른 실적 가변성을 완화해 매우 우수한 사업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견조한 이익창출력도 고려아연의 신용등급 AA+ 유지에 중요한 영향을끼쳤다. 한신평은 “런던금속거래소(LME) 금속 가격, 원·달러 환율, 제련수수료(TC) 등 외부 환경 변화에 노출된 수익구조에도아연·연·동 통합공정의 높은 효율성, 장기간 축적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유가금속 회수율을 극대화해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신평에 따르면 올 들어 정광 공급 부족과 글로벌 아연 제련소 초과 생산능력(Over Capacity) 상황이 지속되면서 아연 벤치마크 TC가 지난해 톤당 165달러에서 톤당 80달러 수준까지 하락했다. TC 하락에 따른 원가부담 증대에도 귀금속, 희소금속 가격 강세에힘입어 이익 성장세가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올 1분기 고려아연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71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6.9% 급증했다.
사업안정성과 이익창출 역량에 힘입어 재무안정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긍정적 평가의 논거 중 하나다. 한신평은 “견고한 사업기반을 바탕으로 연 1조원을 웃도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창출하고 있다”며 “원재료 및 제품 가격변동에 따른 매출채권, 재고자산 등의 운전자본 증감이 수익성 변동을 상쇄하는 방향으로 작용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자사주(자기주식)를 취득하면서 차입부담이 늘었지만 실제 지표 대비 재무구조는 우수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재고자산의 환금성이 높은 데다 실질 상환부담이 낮은 원재료 매입 금융약정이 차입금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대목이 거론됐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 MBK파트너스·영풍 원자재·금속 등으로 구성된 의 적대적 M&A 시도를 계기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자기주식을 취득하면서 차입부담이 확대됐다. 다만 올 3월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87.9%, 차입금의존도 32.2%,EBITDA 대비 조정순차입금 2배로 재무안정성이 여전히 우수하다는 것이 한신평의 분석이다.
한신평은 “사업 특성상 원자재와 금속 등으로 구성된 재고자산의 장부가액은 올 3월 말 연결기준 4조300억원으로환금성이 높다”며 “차입금 상당액을 실질 상환부담이 낮은 원재료 매입 관련 공급자금융약정이 차지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지표 대비 우수한 재무구조를 보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