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테이, 뉴스테이 ‘8년’ 넘어 장기임대를 꿈꾼다

2025-08-10

보통 아파트 상가에 한 개쯤은 있을 법한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없다. 대신 아파트 상가엔 사회적 협동조합 사무국이 있다. 대규모 커뮤니티 센터도 예사롭지 않다. 도서관부터 카페, 공유주방, 놀이방, 공방, 스튜디오까지 다채롭다.

지난 7일 찾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위스테이 지축’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다. 돌아보면 외관은 평범하다. 539세대 6개동 규모로 조성된 단지는 겉보기엔 요즘 짓는 분양 아파트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눈여겨 보면 다른 점이 눈에 들어온다. 약 2000㎡ 규모로 법정 기준의 두 배에 달하는 커뮤니티 센터를 만들어나가는 건 입주민이 직접 결성한 각종 위원회와 동아리다.

이곳은 위스테이, 협동조합형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와 고양시 지축 등 국내 단 두 곳뿐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에 사회적협동조합을 접목한 모델이다. 이윤을 추구하는 건설사가 주도한 일반 뉴스테이와 달리 사회적기업·사회적협동조합이 주축이 돼 공동체 활동 등 ‘사회적 가치’ 구현에 집중한 형태다.

그러나 위스테이나 뉴스테이 모두 입주 이후 ‘8년’이 지나면 임대가 종료된다는 점에서 입주자들의 반발이 생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8년 이후 주택 시세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할 것이라는 소리다.

이날 만난 위스테이 지축의 입주민들은 분양 전환이 아닌, ‘20년 장기임대’로의 전환을 이야기했다. ‘값 싸고 질 좋은 임대주택’의 지속가능한 공급 모델이 어떤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할지 위스테이 지축을 통해 돌아봤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활성화를 위해 뉴스테이라는 이름으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뉴스테이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에서 토지를 지원받고, 주택도시기금과 건설사 등의 민간 투자로 구성된 임대리츠로 건설비를 조달해 지어졌다. 문재인 정부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이름이 바뀌고 입주 조건들이 달라졌지만, 큰 틀에선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의무 임대기간 8년이 올해부터 속속 만료되기 시작하면서다. 올해 하반기 분양 전환을 둘러싼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나온다. 임대리츠의 지분을 보유한 건설사 등 민간 투자자들은 임대 종료 이후 주택을 시세만큼 비싸게 분양하고 싶어 하고, 입주민들은 싼 가격에 분양 받아 계속 거주하고 싶어하길 원하는 등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뉴스테이 도입 당시 사업을 청산할 때 어떻게 할지 세부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

뉴스테이 모델에 사회적협동조합을 얹은 위스테이 역시 뉴스테이와 마찬가지로 의무 임대기간 8년이 존폐의 기로가 된다. 그러나 위스테이 입주민이 그리는 ‘미래’는 단순히 비싸게 혹은 값 싸게 집을 분양하는 것이 아니다.

차이는 위스테이의 경우 사회적협동조합이 주축이라는 점이다. 현재 위스테이지축을 운영하는 임대리츠의 지분 35%는 사회적협동조합이, 65%는 HUG가 보유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에게 배당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분양하더라도 시세차익을 조합원 개인이 챙길 수는 없는 구조다.

즉, 위스테이 입주민들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임대리츠를 보유한 투자자인 동시에 저렴한 주거를 누리고 있는 임차인이기 때문에 일반 뉴스테이처럼 ‘갈등’의 소지가 작다. 무엇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사회적 협동조합을 통해 구현한 저렴한 주거와 공동체 생활이 어우러진 ‘현상 유지’다.

전승욱 위스테이지축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살아보니 8년은 너무 짧다”면서 “우리가 직접 꾸린 공동체를 이대로 포기할 순 없기에 조합이 국토부 등과 협의해 20년 장기임대 주택으로의 전환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국 이사는 위스테이 지축 입주를 결정한 2019년 당시, 마포 아파트 매수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여유 자금에 대출을 더하면 아파트 매수가 충분히 가능했지만, 결국 매달 내야 하는 대출 이자와 ‘집값 스트레스’에 매달리는 대신 이웃과의 ‘관계’와 ‘공동체’에 가치를 두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위스테이 지축의 임대료는 인근의 분양 아파트와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하다. 전용면적 84㎡ 기준 보증금을 2억5630만원 낼 경우 월 7만4000원이다. 인근 아파트 동일 면적의 월세 호가는 보증금 2억원에 월 150만원선이다. 어림잡아 100만원 정도 저렴하다고 할 수 있다. 주택 건설 단계부터 입주자가 참여해 공급 비용을 낮춘 영향이 컸다.

저렴한 주거 비용도 중요하지만, 입주민들이 위스테이의 최대 강점으로 꼽는 것은 무엇보다 입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활동이다. 김소연 이사는 “대단지, 중소형 아파트 모두 살아봤지만 이곳처럼 자연스럽게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경험은 해본 적이 없다”면서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면 단지 내 어린이집부터 놀이터, 카페, 놀이방 등 커뮤니티 공간에서 주민들을 끊임없이 마주치는 구조”라고 말했다.

위스테이 지축에는 현재 24개의 공식 동아리가 결성돼 535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비공식 동아리를 포함하면 50개가 넘는다고 한다. 봉제에 관심 있는 ‘해피쏘잉’ 모임은 공방에서, 요가를 즐기는 ‘굿모닝요가’ 동아리는 GX룸에서 모인다. 1인 가구로 구성된 동아리 ‘비빌언덕’은 공유주방에 모여 교류하고 서로의 끼니를 챙긴다.

공동체활성화위원회부터 육아돌봄·마을살림·도서관위원회 등 조합 산하의 다양한 위원회들은 입주민을 위한 다양한 행사 구성부터 문제 해결까지 도맡아 해낸다. 육아돌봄위원회는 공동육아 사업인 ‘놀러온’을 꾸려 매일 운영되는 돌봄 센터를 운영한다. 돌봄 주체는 물론 입주민들이다.

위스테이 지축을 보면 저렴하고도 질 좋은 주거 서비스의 제공하는 임대주택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한솔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장은 “사회주택은 주거 공간 지원에만 치중해온 지금까지의 공공임대 공급 모델과 달리 청년, 고령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수요자 특성에 맞춘 주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급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원회에서도 이를 검토하고 있다. 이정헌 국정기획위원은 지난달 18일 “사회주택이 단순한 주거공간을 넘어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공동체 회복과 취약계층의 자립을 도모하고 다양한 사회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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