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밀, 투명한 사파이어 케이스로 드러낸 절정의 시계 공학 [더 하이엔드]

2025-09-03

스위스를 대표하는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리차드 밀이 RM 75-01 플라잉 투르비용 사파이어 워치(이하 RM 75-01) 컬렉션을 공개했다. 푸른 바다, 거센 파도, 노을이 지는 고즈넉한 해변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빛에서 영감을 받은 이번 컬렉션은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를 통해 기계식 시계 무브먼트의 정밀함과 입체감을 가감 없이 드러낸 모델이다.

총 3종으로, 케이스 전체를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만든 버전(15개), 라일락 핑크 또는 블루 컬러의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백케이스를 만든 버전(각 10개)으로 구성됐다. 모두 소량 생산해 소장 가치를 높였다.

시계 이름에 붙은 투르비용은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해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케이지 형태 부품이다. 플라잉(flying) 투르비용은 기존 투르비용 케이지에서 상단 브리지를 없앤 형태로, 기능은 동일하지만 케이지의 입체적 회전을 훨씬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플라잉’이란 이름은 케이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모습에서 유래했다. RM 75-01은 투명한 사파이어 크리스털 케이스 안에서 플라잉 투르비용의 유려한 회전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모델이다.

사파이어 크리스털의 선구자

시계에 사용되는 사파이어는 보석용과 다르다. 정확히는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인공적으로 만들어 천연 사파이어와 화학적 조성(Al₂O₃), 물성·결정 구조는 같지만, 투명도와 균일성을 높여 시계 제작에 최적화한 소재다. 모스 경도 9에 달하는 이 소재는 스크래치에 강하며, 얇게 가공해도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어 고급 시계 글라스와 케이스를 제작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리차드 밀은 사파이어 케이스 시계 분야의 개척자다. 2012년 공개한 ‘RM 056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즈 크로노그래프 사파이어’는 발표 당시 시계 업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앞과 뒤는 물론 옆면까지 시계 전체를 사파이어 크리스털로 뒤덮은 구조는 케이스 제조 방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후 여러 브랜드가 사파이어 케이스 시계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수는 여전히 적다. 소재 개발과 가공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리차드 밀은 스위스의 슈테틀러(Steeeler AG)사와 협업해 ‘키로풀러스 성장 공법’으로 합성 사파이어를 생산한다. 알루미늄 산화물을 섭씨 2000도에서 가열해 씨앗 크기의 사파이어를 만든 뒤, 수십 킬로그램 규모의 블록으로 키우는 방식이다. 온도와 습기 등 대기 조건까지 정밀하게 제어하며 수 주에 걸쳐 성장시킨다. 완성된 합성 사파이어는 절삭·피니싱 등을 거쳐 케이스 형태로 완성되며, 밀링과 폴리싱 과정에만 100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2015년부터는 블루∙그린∙오렌지∙핑크 등 컬러 사파이어 케이스도 선보였다. 결정 구조에 금속 산화물을 더해 색을 내는데, 이 과정에서 기포나 색상 불균형이 생기기 쉽다. 투명 사파이어보다 훨씬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현재 리차드 밀은 사파이어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포함, 천연 원석을 세팅하는 기술까지 확보했다.

RM 75-01은 지난 10여년간 리차드 밀이 축적한 사파이어 케이스 제조 노하우의 결정체다. 리차드 밀은 베젤, 미들 케이스, 백케이스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된 케이스 전체를 완성하는 데 4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브랜드 시계 케이스 특유의 곡선을 살리고, 각 케이스를 잇는 원통 구조 등 복잡한 형태를 구현하는 데 제작 시간의 3분의 1을 할애한다.

미학과 역동성 모두 갖춘 시계의 심장

32.9ⅹ46.75㎜의 토노 형태 케이스 안에는 시∙분 기능을 갖춘 수동 방식 플라잉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들어 있다. 풀 와인딩 시 65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투명 케이스로 속이 훤히 보이는 만큼,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긴 채 뼈대만 남긴 스켈레톤 무브먼트 형태로 기계식 시계의 미학 측면을 강조했다. 12시 방향엔 스켈레톤 형태의 플라잉 배럴(태엽통)을, 6시 방향에는 플라잉 투르비용을 배치해 다이얼의 균형미를 완성했다.

케이스 측면에서도 무브먼트 구조를 감상할 수 있는데, 중세 아치형 천장에서 영감을 받은 돔 형태 플랜지가 눈길을 끈다. 다이얼 가장자리에 위치한 플랜지는 새틴 마감 티타늄 기둥 위에 마이크로 블라스트 처리한 레드 골드 돔을 얹어 완성했다. 기둥 사이로 보이는 톱니의 움직임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케이스 뒷면에서는 삼각 형태로 정교하게 가공한 티타늄 소재 베이스 플레이트가 드러난다. 기어 트레인과 배럴, 투르비용 케이지 등 주요 부품이 고정되는 부분으로, 역시 스켈레톤 가공을 통해 시각적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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