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베이징에서 4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가 전례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중국의 80주년 전승절 기념 열병식을 하루 앞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마주 앉았다. 시 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회담을 시작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더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 형성을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며 “서로의 발전과 번영을 지지하고 국제 정의와 평등을 확고히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아울러 양국이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점을 강조하며 “중·러 양국은 모두 주권평등, 국제법치, 다자주의를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양국의 긴밀한 협력은 러·중 관계의 전략적 성격을 잘 보여준다”며 “지금 그 관계는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이라고 화답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올해 들어 두번째다. 시 주석은 지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의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들은 전날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겨냥해 ‘진정한 다자주의 추진에 공감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은 관세 문제로 미국과 충돌하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양측의 밀착 행보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회담에선 실질적 성과도 있었다. 양국은 에너지·항공 분야를 포함해 20여건의 양자 협력 문건을 체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러시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가스관인 ‘시베리의 힘2’ 건설 계약에 양측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양국 간에 가동 중인 ‘시베리아의힘 1’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도 늘리기로 했다. 블룸버그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급감했다”며 “이번 계약으로 러시아 천연가스의 중국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중국 외교부는 오는 15일부터 1년간 중국에 입국하는 러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무비자 입국 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중·러 양자회담에 앞서 몽골까지 포함한 3자 회의도 개최됐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외부 간섭을 배제하고 3자 협력의 고품질 발전을 함께 추진하자”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 상호신뢰 증진은 매우 중요하며 3국 관계의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은 “양자관계를 밀접히 하고 3자 협력을 넓히는 데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러시아와 중국, 몽골 간 정치·경제·에너지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