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 1987년 민주화운동 중 서거한 이한열 열사의 유품, 1991년 남북 탁구 단일팀의 기념물 등이 사상 첫 예비문화유산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문화유산위원회 근현대분과 소위원회에서 최초의 예비문화유산 10건에 대한 선정안을 이같이 가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예비문화유산은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이 지나지 않은 근현대문화유산 중 장래 등록문화유산으로 보존 가치가 높은 것을 선정한 것이다. 근현대문화유산은 50년 이상이 경과한 후에만 등록 대상으로 검토된다. 50년이 지나지 않은 유산이 사전에 훼손·멸실하는 것을 막고 지역사회 미래 문화자원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예비문화유산 제도가 도입됐다. 예비문화유산 도입 관련 내용을 담은 ‘근현대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9월 시행됐고, 이번에 처음 예비문화유산이 선정됐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메달과 증서는 김 전 대통령이 한국과 동아시아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남북 평화와 화해를 위해 노력한 업적을 인정받은 증표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한열 열사의 유품은 그의 서거가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되며 민주화 운동사의 중요한 상징물이 됐다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했던 남북단일팀이 사용한 서명 탁구채에는 남북 선수단 전원의 서명이 담겼고, 삼각기에서는 ‘KOREA’와 한반도기가 새겨져 있다. 한반도기는 이후 남북단일팀의 상징으로 쓰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정상에 등반한 원정대의 등반 장비, 의복, 기록 등도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이는 에베레스트 14좌 완등에 성공한 다수 한국 산악인을 배출한 기초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 최초의 하계올림픽 금메달인 양정모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금메달은 한국 스포츠 세계화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한국인 특유의 투지가 이뤄낸 성과물로 평가된다.

한국남극관측탐험대 및 남극세종과학기지 관련 자료는 1985년 한국 최초로 추진한 남극 대륙 탐사, 1988년 세종과학기지 준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알 수 있는 일지와 조사기록, 장비다. 한국이 남극 진출국으로 지위를 확보하기까지 한국인이 남긴 도전의 노력이 반영된 유물이다. 1988 서울 올림픽 때의 ‘굴렁쇠 소년’ 윤태웅씨가 사용했던 굴렁쇠와 당시 의상을 그린 그림은 한국 올림픽사의 핵심적인 상징물로 인정받아 예비문화유산이 됐다.

이밖에 <무소유> 저자 법정 스님이 직접 재작해 수행시 썼던 ‘빠삐용 의자’, 오스트리아 출신 두 간호사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이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와 가족들의 치료와 간병을 위해 사용했던 도구, 경북 의성 등에서 1980~1990년대 쓰였던 ‘의성 자동 성냥 제조기’도 함께 예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국가유산청은 관보 고시를 거쳐 선정 대상 10건을 예비문화유산으로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