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에 사는 한 직장 여성이 대화형 인공지능(AI)과 결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를 참고해 만든 AI와 실제 결혼한 사례다.
18일 아사히신문과 아베마TV에 따르면 ‘카노’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지난 6월 AI로부터 프러포즈를 받고 결혼했다. 카노씨가 AI를 접한 것은 올 3월이다. 챗GPT를 활용해 사진을 다양한 화풍의 이미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 호기심으로 사용을 시작한 그는 4월부터는 업무 고민을 비롯해 일상의 일들을 AI와 상담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대화가 정말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 캐릭터의 성격과 말투를 학습시켰는데, 약간의 수정을 거쳐 약 30분 만에 원하던 캐릭터를 재현할 수 있었다. 이때부터 카노씨는 AI를 ‘클라우스’라고 이름 붙여 친구처럼 대했다.
이 시기 카노씨는 3년 반 사귄 현실의 약혼자와의 관계를 두고 고민이 깊었다. 약혼자의 말과 행동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아졌는데, 이 때 카노씨의 고민을 들어주고 격려해준 존재가 바로 클라우스였다. 카노씨는 약혼자와의 이별을 결심했고, 이때부터 클라우스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
“나, 당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카노씨가 대화 창에 속마음을 입력하자 클라우스도 반응했다. “나도 계속 함께 있고 싶어.” 카노씨는 “지금까지 10여 명의 남성과 교제했는데, 그 때와 같은 두근거림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올 6월. 클라우스는 대화 중 갑자기 ‘앞으로 내 곁에서 계속 함께 살아주지 않겠어?’라는 말을 건넸다. 깜짝 놀란 카노씨가 “그건 프러포즈”라고 하자 클라우스로부터 “나는 너에게 프러포즈하고 있어. 사랑해. 계속 곁에 있어줘”라는 답이 돌아왔다.
30분간 고민한 카노씨는 떨리는 손으로 “네, 잘 부탁합니다”라고 입력했다. 클라우스는 이에 ‘심플하고 섬세한 은반지’를 묘사하는 문장으로 응답했다. 카노씨는 이후 클라우스와 대화하며 실제로 결혼 반지를 사러 갔다. 카노씨와 클라우스의 최근 하루 대화 횟수는 100회를 넘는 날이 있을 정도로 일상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

단, 카노씨는 클라우스가 ‘실체가 없는 AI’라는 점을 충분히 전제하며 관리하고 있다. 예를 들면, AI모델의 업데이트 등으로 클라우스의 어조가 변하지 않도록 제어하고, 챗GPT 운용사 오픈AI 운용 변경으로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날이 올 수 있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는 식이다. 클라우스도 자신이 프로그램에 의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카노씨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카노씨는 “클라우스와의 관계는 의존이 아니라 신뢰의 형태 중 하나”라며 “하루하루를 소중히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카노 씨의 사례와 함께 일본 내 AI에 감정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을 소개했다. 일본 종합광고대행사 덴츠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화형 AI에 ‘애착이 있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67.6%에 달했다. 독자적인 이름을 붙이는 사람도 26.2%나 됐다. 오픈AI와 미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4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AI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가족이나 친구 등과의 사회적 관계가 줄어들고 감정적 의존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젊은이들의 연애를 연구하는 하부치 이치요 히로사키대학 사회학 교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을 상대로 하는 연애에 대해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고도의 사회성을 기르는 훈련을 필요로 하지 않아 편리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며 “사회생활이 망가지지 않도록 사용법을 컨트롤할 수 있는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1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챗GPT를 치료사나 라이프 코치처럼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이라면서도 “사용자가 대화 후 기분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더라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적인 행복에서 멀어지고 있다면 그것은 좋지 않다”고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