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32강전〉 ○ 김은지 9단 ● 셰얼하오 9단
장면③=‘세력을 집으로 만들지 않는다.’ 바둑의 오랜 금언이다. 세력으로 집을 에워싸는 것은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금 장면에서 흑1, 3, 5로 집을 짓는 것은 6선에 집을 짓는 것과 같아서 효율이 상당하다. AI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여기서 김은지는 백6에 두어 하변과 좌하를 동시에 집으로 만들고자 했는데 ‘너무 짜다’는 평가를 받았다(AI는 의외로 A의 수비를 추천했다). 바짝 따라붙은 흑의 다음 수는 어디일까. B, C, D가 눈에 들어온다.
◆AI의 구상=AI의 첫수는 흑1이다. 세력을 배경으로 모양을 키운다. 백은 2로 두어 흑진 확대를 최대한 경계한다. 이 교환은 흑이 조금 벌었다. 그다음 흑3으로 좌하 백진의 확대를 저지하면 백도 4로 실리를 차지한다. A의 삼삼이 후순위로 밀린 점이 이채롭다.
◆실전 진행=실전에서 흑은 1을 선택했고 백은 2로 받았다. 포인트가 상변인데 바둑이 잠시 다른 곳에서 머뭇거리는 느낌이다(AI는 백2로 상변 A를 권한다). 흑3으로 파고들고 백4로 씌워 바둑은 다시 본궤도로 돌아왔다. 어려운 싸움. 흑의 다음 한 수는 어디일까.
박치문 바둑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