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직접 담그고, 외식은 떡볶이"…프랑스 사로잡은 'K푸드'

2024-10-21

색색의 채소와 당면을 달달 볶아낸 잡채와 보글보글 끓인 떡볶이, 바삭하게 부친 김치전과 한 김 쪄낸 두부김치까지.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노르빌팽트 전시관에서 열린 파리 세계 식품 전시회 ‘시알(SIAL) 파리 2024’에선 작은 한식 뷔페가 열렸다. 호주 식품 바이어 산카는 “13살 아들이 떡볶이를 좋아해 자주 먹는데, 이번에 호주에 수입하고 싶어 박람회를 둘러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산카는 종이컵에 담긴 떡볶이와 김말이를 금세 먹고 빈 그릇을 들어 보였다.

지난 19일부터 닷새간 진행되는 시알 파리 2024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식품 박람회 중 하나다. 격년 주기로 열려 올해 60주년을 맞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 면적의 7배가 넘는 27만㎡ 규모의 전시장에는 전 세계 130여 개국 750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 참가도 역대 최대 규모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꾸린 한국관에는 75개 중소기업이, 한국식품산업협회가 주도한 ‘K푸드 선도기업관’에는 풀무원, 아워홈, 오뚜기, 샘표, 매일유업,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 9개 기업이 참가했고, 개별 참가 기업도 20곳 이상이다. 페루에서 온 나탈리는 수출용 치즈 라면을 선보인 오뚜기 부스에서 “맵긴 해도 페루 사람들이 좋아할 맛”이라며 “한국 라면은 지역별 맞춤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비건 개발, 맛·제형 다양화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식품 기업들은 식품 규제가 까다로운 유럽 시장에 진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비건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도 그중 하나다. 수제 초코파이를 만드는 ‘풍년제과’는 한국산 계란이 들어간 제품의 유럽 수출이 어렵자 계란을 뺀 비건 파이를 개발했다. 기업들은 ‘김치맛 김’, ‘딸기 맛 밀키스’처럼 외국인 입맛을 겨냥한 해외용 제품을 출시하거나, 김치를 동결건조한 김치블록, 가루형 파우더 등 소비자가 조리하기 쉬운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식’ 공감대에 ‘힙한 음식’ 인정까지

프랑스에 거주하는 재외 동포들도 달라진 K푸드의 위상을 부쩍 느낀다고 전했다. 한식이 중·장년 프랑스인들에게는 ‘프리미엄 건강식’으로, 젊은 프랑스인들에겐 ‘힙한 음식’으로 통한다는 얘기였다. 20년간 프랑스에서 한식당을 운영한 이용경 셰프는 “야채가 많이 들어간 한국식 비빔밥이 프랑스에서 건강식으로 꼽히면서 파리의 부촌에서는 한식 소비에 주머니를 아끼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한식문화협회장을 맡은 이 셰프는 지난 6월 프랑스 국립 기메 박물관에 경쟁을 뚫고 한식당을 내기도 했다. 젊은이들에게 한식은 ‘힙’의 상징이다. 10년 넘게 파리에 거주한 20대 통역가 선우윤씨는 “프랑스인 친구들이 유튜브를 보고 직접 김치를 담갔다고 보여줘서 깜짝 놀랐다”며 “주말 가족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프랑스인들이 자녀들과 파리의 분식집에서 김밥과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이젠 흔해졌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의 열정과 세계인의 니즈 맞은 한식

유럽 입맛을 사로잡은 K푸드의 매력은 뭘까. 시알 파리 2024의 기획·운영을 총괄한 니콜라 트랑트소 시알그룹 대표는 20일 중앙일보와 만나 한식의 인기 비결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한국인의 음식에 대한 열정이다. 그는 “한국인들은 한식에 대한 열정이 깊고, 한식을 널리 알리고 싶어 한다”며 이런 열정이 한식 세계화의 기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글로벌 식품 산업에, 새롭고 트렌디한 식문화를 빠르게 찾으려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니콜라 대표는 두가지 요소가 결합해 한식이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음식으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식품 기업들에 대해 “자기 제품을 현지 시장에 맞추려는 노력도, 도전을 받아들일 용기도 모두 대단하다”라며“세계 대부분의 박람회에서 한국관을 찾을 수 있을 만큼 적극적인 자세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