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전, 사망률 100%' 사라진 줄 알았던 가스괴저병, 우크라軍 덮쳐

2025-11-14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1차 세계대전 당시 악명 높았던 감염 질환 '가스괴저병'이 다시 확인됐다. 유럽에서 사실상 근절된 것으로 여겨졌던 이 질환이 전쟁 장기화와 부상병 후송 지연 속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의료진은 최근 군인들 사이에서 가스괴저병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스괴저병은 '클로스트리듐'이라는 혐기성 세균이 깊은 상처 속에서 조직을 파괴하며 가스를 생성하는 질환으로, 제때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의 미생물학 전문가 린지 에드워즈 박사는 “치료를 위해서는 괴사한 감염 조직을 외과적으로 제거하고 고용량 정맥 항생제를 투여해야 한다”며 “제때 조치하지 않으면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지역에서 활동 중인 해외 자원 의료진 알렉스는 “지금 목격하는 부상 합병증은 현대전에서는 본 적이 없는 수준”이라며 “부상 후 며칠이 아니라 수 주가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 이동이 드론 공격에 크게 제한되면서 부상병들이 지하 응급 안정화 지점에 머무는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고 있다”며 “학교에서만 배우던 가스괴저병을 실제 전장에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군 의료 장교 알래스테어 비븐 역시 “1차 대전 이후 조기 절제술, 항생제, 상처 관리 체계가 확립되며 매우 드물어진 병”이라며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신속한 의료 후송 능력을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가스괴저병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진흙·습기·분뇨에 오염된 참호 환경 속에서 상처를 입은 병사들에게 빠르게 번지며 군의관들이 '최악의 악몽'으로 기록한 감염병이다. 항생제가 없던 당시에는 감염 부위가 검게 변하며 극심한 통증, 부종, 급속한 괴사가 이어져 치명적이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후송 지연과 열악한 야전 환경으로 100년 전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렉스는 “살릴 수 있는 부상자들이 후송 불가 때문에 목숨을 잃고 있다”며 “야외로 나가는 순간 드론 표적이 되는 현실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가스괴저병은 한국전쟁 당시에도 일부 전선에서 발생했으며, 치료를 받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의료진은 질환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병 대응 강화와 후송 시스템 개선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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