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끝? 하반기 후판가 협상 돌입하는 조선·철강업계

2024-09-18

입력 2024.09.19 06:00 수정 2024.09.19 06:00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상반기 후판가 협상을 지난달 극적으로 타결한 조선‧철강업계가 추석 연휴를 마친 뒤 본격적인 하반기 공급가 협상을 진행한다. 두 업계는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양보 없는,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사와 철강사는 올 하반기 후반 공급가 협상에서도 각 업계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할 방침이다. 조선사는 '중국산 저가 후판 유입'과 '원재료 철광석 가격 하락' 등을 근거로 가격 인하을 주장하는 반면, 철강사는 '업황 부진'을 내세워 가격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후판은 선박에 쓰이는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철강사와 조선사의 가격 협상은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한번씩 이뤄진다. 상반기 협상은 통상 4~5월 중 마무리되는데 이번 협상은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미뤄지다 지난달 극적 타결됐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협상에서 합의된 조선용 후판 가격은 t당 90만원대 초반으로 지난해 하반기(90만원 중반대)보다 낮아졌다.

두 업계의 입장은 하반기 협상에서도 첨예하게 갈릴 것으로 보인다. 철강사들은 더 이상의 가격 하락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용 전기료가 인상됐고, 중국산 저가 공세와 전방 산업 부진 등 연이은 악재들로 실적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친환경 공정 변화 및 제품 개발에 따른 비용 부담도 큰 상황이다. 일례로 포스코가 추진 중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는 오는 2050년까지 40조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이 필요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친환경으로의 전환 미션까지 더해져 부담이 막중한 상황"이라면서 "수익성을 지키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가격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 인상은 어렵다고 난색을 표하며 인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후판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예년보다 낮은 t당 100 달러대 초반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 조선사와 가격 경쟁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후판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와 국내 조선사가 사용하는 후판가격은 t당 20만원 가량 차이가 난다. 이같은 중국의 후판가는 현지 조선사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후판이 선박 건조 비용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조선사가 경쟁력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사들은 최근 중국산 후판 사용량을 늘리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에서 덤핑이 일어나고 있어 우리도 중국산의 비중을 20%에서 25% 이상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조선사가 국내 3사 등이 입지를 쌓아둔 고부가 선박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가격 경쟁력을 필수로 챙겨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LNG(액화천연가스)선, 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분야에서 한국이 한참 앞서 있지만, 가격 경쟁력을 챙기지 못하면 향후 언제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가 좁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관계자는 "후판 가격이 다시 오르게 된다면 원가 부담이 커져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업이 발목 잡히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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