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아마존이 새로운 쇼핑 서비스 '아마존 하울(Amazon Haul)'을 선보였다. 테무, 쉬인과 같은 초저가 상품을 판매하는 이 서비스는 모든 제품의 가격을 20달러 이하로 제한한 채 '믿을 수 없는 발견' '미친 가격' 등의 표현으로 메인 페이지를 채워놓은 상태다. 물론 국내 고객들에게 이미 꽤 많은 인기를 끌었던 알리나 테무 등의 초저가 쇼핑은 이미 익숙한 경험이기에 이번 아마존의 하울 서비스는 크게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글로벌 최대 e커머스 기업 아마존의 이번 행보는 초저가 쇼핑의 주류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프라인 매장이 쇼핑의 주요 무대였던 시절에는 쇼핑을 위한 쇼핑이 주를 이루었다 할 수 있다. 백화점에 가서 시간을 보내거나, 특정 브랜드의 스타일로 정체성을 확보하거나, 일정과 일정 사이의 시간을 때우기 위한 목적의 쇼핑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쇼핑의 표준화를 구체화하고 경험 자체를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아마존, 네이버, 쿠팡과 같은 모든 것을 파는 상점이 등장했고, 소비자들은 더 이상 특정 목적의 전문적 사이트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클릭 한 번으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밤 사이 문 앞에 배송된 제품을 확인하고 하루 만에 반품과 교환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쇼핑 경험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7000원대의 수영복, 3만원대의 드론과 같은 알리, 테무로 더욱더 저렴해진 초저가 쇼핑의 경험은 이제 근본적인 쇼핑 자체의 경험마저 바꾸는 계기가 되는 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이번 아마존의 새 서비스의 이름이기도 한 '하울'은 2000년대 제품의 사용 가치를 제쳐둔 과시의 트렌드를 의미했던 상징성의 표현이기도 하기에 이 같은 의문은 더욱 적절하다 할 수 있다. 당시 유투버나 온라인상의 인플루언서들은 10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의상을 특별한 목적 없이 구매해 언박싱하거나 제품의 리뷰를 곁들여 인기를 끈 바가 있었고 이는 곧 제품의 사용가치보다 구매 행위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을 공유하는 일종의 문화적 현상이었다. 그리고 이번 아마존 하울이라는 새 서비스의 이름은 이전과 같은 고가의 제품이 아닌 초저가의 제품 구매 경험을 일종의 도박과 같은 경험이 될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미 소비자들은 알리나 테무를 통해 구매한 중국 제품들 즉 패딩, 메이크업 브러시, 신발 등이 실제 제품을 확인했을 때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거나 며칠 만에 사용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익숙하게 인지하고 있기에 이 무작위적 상품 구매 경험에 있어 이전과 같은 큰 기대를 하지 않거나 오히려 전혀 가치가 없지는 않기를 바라는 상태에 가깝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구매 행위 자체를 향한 쇼핑 경험의 중심화를 낳고, 물건이 아닌 쇼핑 경험의 과정에 중점을 둔 소비가 더욱더 일반화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소비문화의 변화를 넘어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초저가 쇼핑을 재미로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은 질 낮은 제품의 대량 생산을 촉진하고, 안전성이 인증되지 않은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일상에 더 깊숙이 침투하게 만든다. 이로 인해 소비자는 발암물질 등 건강에 해로운 소재에 피부가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고, 저품질의 제품들이 빠르게 폐기되며 쓰레기 문제 또한 심각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하는 정상적인 제조업체들이 벼랑 끝에 몰리게 된다면 결국 시장 생태계 전체가 파괴될 위험이 있다.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정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지게 되면, 소비자는 결국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안전한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소비 경험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건강성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매년 약 9200만톤의 섬유 쓰레기를 발생시키며, 이는 대다수가 매립되거나 소각되는 과정에서 환경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아마존의 초저가 시장 진출은 이러한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소비는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어떤 환경을 남길 것인지에 대한 선택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초저가 쇼핑에의 또 다른 기업의 투자는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책임 있는 소비에의 결정은 여전히 소비자의 몫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