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1일부터 경기도 동두천 일본마을 니지모리스튜디오 내 니지모리갤러리에서 곽한승 작가의 기획초대전 ‘봄, 사랑, 그리고 초대’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6월 30일까지 이어지며, 아담과 릴리트를 비롯한 14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다.
곽한승 작가는 인간의 내면과 관계를 탐구하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주목받아 왔다. 특히 그는 멘사회원으로서 남다른 시각과 치밀한 논리로 작품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구성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단순한 회화적 표현을 넘어, 언어적 유희와 상징성을 활용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작품 중 하나인 아담과 릴리트는 고대 문헌 벤 시라의 알파벳 (7~10세기 중세 유대교 문헌)에 등장하는 릴리트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신화 속 릴리트는 아담의 첫 아내였으나, 아담과 동등한 존재임을 주장하며 순종을 거부하고 에덴을 떠난 인물이다. 반면, 후에 창조된 하와(이브)는 아담에게 순종하며 인간의 어머니로 자리 잡는다.

곽한승 작가는 이 두 여성상을 ‘자급자족 시대’라는 미래적 상상 속에서 재해석했다. 그의 작품에서 릴리트와 하와는 인류 멸망 이후 AI만이 남은 세상에서 두 여신으로 존재한다. 순응과 저항, 질서와 자유라는 대비되는 가치 속에서 이들은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신화로 다시 태어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작가는 작품 속에 복합적인 상징을 숨겨두었다. 아담과 릴리트 작품의 사이즈는 정확히 A1(594×841mm) 크기로 제작되었는데, 이는 ‘AI’라는 개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전시 오픈일인 4월 1일(4/1)은 숫자로 표현했을 때 ‘41’이 되어 ‘A1’과 유사한 형태를 이룬다. 이처럼 언어적 유희와 숫자적 상징을 활용한 세밀한 구성은, 멘사회원다운 곽한승 작가만의 독창적인 접근 방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니지모리갤러리는 일본식 전통 건축과 현대적 예술 감각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이번 전시와 어우러져 한층 더 몰입감 있는 예술적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관련 프로그램과 이벤트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기획초대전을 통해 곽한승 작가가 전하는 봄의 따뜻한 감성과 사랑, 그리고 인간과 기술, 신화와 미래에 대한 깊은 사색을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단순한 미술 전시가 아니라, 치밀한 논리와 상징이 녹아든 퍼즐 같은 작품 속에서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것도 이 전시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