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창의성의 원리

2025-08-21

 현대사회에서 창의성은 더 이상 천재 한 사람의 섬광(閃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기후 위기나 인구 유출 같은 난제를 해결하려면 다양한 시각과 지식이 융합되는 통섭이 필요하다. 이제 인간과 인공지능(AI)의 협업은 단순한 도구 활용을 넘어, 창의적 문제해결을 이끄는 새로운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GPT와 같은 생성형 AI는 방대한 지식 탐색과 연산에서 강점을 보이고, 인간은 맥락적 이해와 직관적 통찰을 부여한다. 이처럼 두 영역이 맞물리며 발현되는 창의성이 곧 협업 창의성(collaborative creativity)이다. 그 작동 원리를 살펴보자.

 첫째, 두 개의 다른 두뇌가 빚어내는 상호 보완의 원리다. 인간과 AI는 서로 공백을 메우는 동반자다. 인간은 ‘왜 이것이 중요한가’를 묻고, 윤리와 맥락을 성찰하며 문제의 본질을 살핀다. 반면 AI는 ‘어떤 데이터가 존재하는가’를 빠르게 분석하고, 무궁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인지과학자 클라크와 챌머스의 확장된 마음(Extended Mind) 이론은 “도구와 환경이 인간 사고의 일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일정 관리, 지도 앱의 길찾기, 검색 엔진의 정보 습득은 이미 인간의 사고 과정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대화형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 사고에 편입된 확장된 인지 파트너로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의학 연구자가 새로운 치료법을 찾을 때, AI는 전 세계의 임상 데이터를 모아 보여주고, 연구자는 이를 사회적·윤리적 기준에 따라 해석한다. 이처럼 인간과 AI가 서로의 강점을 채워갈 때, 더욱 깊이 있고 실질적인 해법이 도출된다.

 둘째, 갈등이 촉발하는 신지적(新知的) 통찰의 원리다. 창의성은 언제나 충돌에서 비롯된다. 익숙한 지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상황에 직면할 때, 우리는 기존 틀을 깨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형성한다. 피아제는 이를 인지적 갈등(cognitive conflict)이라 명명했다. GPT는 예기치 않은 관점이나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갈등을 유도한다. 예컨대 “도시 교통 혼잡을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물음에, AI가 자율주행차와 신호체계 개선 같은 기술적 접근뿐 아니라, 재택근무 확대나 공유 교통 모델 등 사회적 해법까지 제시한다면, 인간은 “어떤 관점을 취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하게 되며, 그 해소 과정에서 새로운 통찰이 움튼다. 창의성 연구자 소이어는 이 과정을 협업적 즉흥성(collaborative improvisation)이라 표현했다. 재즈 연주자들이 즉흥적으로 선율을 주고받으며 새로운 음악을 빚어내듯, 인간과 AI의 대화 역시 예측 불가능한 흐름 속에서 독창적 결과를 낳는다.

 셋째, 순환 속에서 자라는 창의성의 원리다. 창의성은 단번에 완성되는 걸작이 아니라,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무르익는다.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가 주창한 몰입(flow) 역시 인간과 AI의 반복적 대화 속에서 실현된다. 인간이 문제를 제기하면 AI는 방대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내놓고, 인간은 이를 비판·수정하며 다시 질문을 던진다. 순환이 깊어질수록,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해법이 점차 형상화된다. 예를 들어 청년 인구 유출로 고민하는 지역사회에서, 인간은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AI는 세계 각국의 정책 데이터와 성과를 보여준다. 주민과 행정가는 이를 지역 실정에 맞게 조율하며, 전례 없는 정책 아이디어를 만들어낸다. 창의성은 결국 이러한 순환적 창발(emergent iteration)의 결실이다.

 AI와 인간의 협업 창의성은 이제 개인의 학습 도구를 넘어, 지역사회 혁신의 원동력으로 진화할 수 있다. 단순 암기나 반복적 계산을 AI가 담당하면, 인간은 문제해결·패턴인식·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같은 고차원적 사고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을 통해 지역의 복합적 도전 과제도 AI가 제공하는 방대한 데이터와 인간의 맥락적 해석이 결합해 실행 가능한 해법으로 구체화된다.

 평생학습이 필수인 시대, 인간과 AI의 협업은 지역사회가 함께 배우고 창의적으로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며, 이는 곧 지속 가능한 혁신 역량으로 귀결될 것이다.

 송해근<전주대학교 미래융합대학 미네르바학부 교수/평생학습지원센터장>  (https://www.jj.ac.kr/minerva, qicsong@jj.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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