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철로 만들어진 철도 선로는 날씨의 영향을 즉각적으로 받는다. 높은 열을 받으면 선로 길이가 늘어나거나 휘어져 안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폭염이 찾아오면 과거에는 수동 장비나 인력을 투입해 선로에 직접 물을 뿌리는 방식으로 선로 변형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굳이 인력을 투입하지 않아도 여름철 온도 상승에 따른 선로 변형과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30일 여름철 기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재해대책본부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코레일 재해대책본부는 폭염과 태풍, 집중호우 등 여름철 자연재해에 대비해 철도 시설물과 열차 안전운행을 지켜내는 종합 콘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여객, 물류, 시설, 전기, 차량 등 철도 전 분야의 전문가가 전국의 철도 선로와 시설물, 열차 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재해에 대응하게 된다.
올해는 특히 여름철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 등이 번갈아 찾아오는 ‘복합 재난’ 발생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디지털 기반 안전시스템 등을 적극 활용해 재해 대응력을 높이는 데 주력한다. 디지털 기반 안전시스템 가운데서는 사물인터넷(IoT) 기반의 ‘레일 온도 관리시스템’이 눈에 띈다. 선로에 설치된 IoT 센서가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일조량과 대기온도 등 기상청 기후정보가 결합된 데이터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이틀 뒤 선로 온도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레일 온도 관리시스템은 선로에 설치된 자동살수장치와 연계돼 여름철 철도 운행의 안전성을 높인다. 코레일은 지난해 전국에 깔린 고속철도 선로 중 자갈궤도 구간 139㎞를 대상으로 289개 지점에 자동살수장치를 설치했다. 온도 관리시스템을 통해 선로 온도가 48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6m 간격으로 설치된 살수장치들이 물을 자동 분사해 선로 온도를 10도 정도 낮춘다.
코레일은 올해 극한오후 등 기상 이변에 대비한 대응체계도 가동한다. 기상 이변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와 운행 장애를 방지하기 위해 위성영상과 레이더 영상 등 기상정보를 적극 활용해 나갈 예정이다. 또 소방, 경찰,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해 수해 복구 및 침수 대비 훈련 등을 진행한다. 폭염에 따른 온열질환으로부터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냉방장치를 사전 점검하고, 비상 상황으로 승객이 열차 안에 장시간 머무르게 되는 상황에 대비해 비상물품도 전국 주요역에 비치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올해 여름철 복합 재난 상황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고, 지독한 무더위와 폭우가 빈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며 “선제적인 대비 태세를 갖춰 기상 이변에 신속히 대응하고 열차 운행 안전을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