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토류 매장량 2위 국가인 베트남이 희토류 탈중국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LS에코에너지(229640)는 30년 베트남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에서 희토류 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이상호 LS에코에너지 대표가 지난해 5월 열린 ‘벨류업 데이’에서 자사 희토류 사업의 방향성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이 대표의 자신감은 반년이 채 안가 위기를 맞았다. 희토류 사업을 위해 계약을 맺은 현지 채굴 업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 빠지면서다. 회사는 올해까지 희토류 사업에서 500억 원 넘는 매출을 계획했으나 첫 제품조차 출하하지 못했다.
신사업 차질은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와 맞물려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중국을 대체할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각국 관심이 높아진 터라 희토류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최적기였기 때문이다. 베트남 정부까지 대체 파트너사 물색에 힘을 싣고 있지만 단기간 내 확보는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S에코에너지의 희토류 사업이 최근 잠정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희토류 사업은 LS에코에너지가 2023년 말 해저케이블과 함께 낙점한 신사업이다. 희토류란 17개의 원소를 통칭하는 것으로 첨단 기술과 국방·에너지 등 분야에서 필수적인 자원이다. 현재 중국이 전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를 차지하며 가공·정제 산업의 경우 90%를 점유하고 있다. 미중 분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이 중국 외 희토류 공급 대안처를 물색하는 상황에서,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사업 경험과 그룹 관계사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지 업체가 희토류를 채굴하면 이를 가공, 영구자석 등으로 제조하는 것이다.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은 지난해 말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희토류 채굴·정제를 담당하는 파트너 기업인 흥틴 미네랄의 대표가 자원개발 규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해 흥틴 미네랄과 200톤의 희토류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이 물량 역시 인도 받지 못하고 있다.
신사업 실기는 최근 불거진 미중 분쟁의 반사이익을 고려하면 더욱 뼈아픈 지점이다. 최근 중국이 미국의 고관세 압박에 대응해 이달 초부터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면서 각국이 희토류를 공급 받을 대안처 찾기에 혈안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의 수출 중단 조치가 알려지면서 호주의 소규모 광산 업체 주가가 10% 이상 뛰는가 하면 국내 관련 기업들도 주가가 크게 올랐다.
회사는 흥틴 미네랄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사업 재개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현재 베트남 내 다른 채굴 업체는 물론 타 국가에서도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협의를 병행 중이지만 반년 가까이 대체 기업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 표류로 신사업 매출 로드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당초 LS에코에너지는 지난해 184억 원, 올해 459억 원의 희토류 매출을 자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현지 업체들은 영세하고 시스템이 갖춰진 경우가 잘 없어서 기존 업체를 대체해 LS에코에너지의 기준과 물량을 맞출 수 있는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