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의 미래] 기후위기시대 언론의 역할을 묻다

2025-02-27

지구는 인류에 전환 요구하는데

세계는 아주 먼 미래 일로 치부

기후 행동 노력 점점 외면받아

고군분투하는 목소리 대변해야

“즉시 변화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 천천히 데워지는 목욕물처럼 자기도 모르게 끓는 물에 죽어버리는 것이다.”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소설 ‘시녀 이야기’에 담긴 문장이다. 출판된 지 30년도 더 지난 소설책 속 문장이 이따금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날이 있다. 악화일로를 걷는 기후위기를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는 듯한 누군가의 말이나 태도를 볼 때 그렇다.

지구는 인류에게 전례 없는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는 반대 방향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등 최근 주요 외신들의 기후 코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관련 뉴스로 가득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라스틱 빨대로 회귀하는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한 날, 전 세계가 시끄러웠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 보고서 작업에 참여 중이던 정부 소속 과학자들에게 업무 중단을 지시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기후대응을 주로 하는 기관·학계·연구소·시민사회 모두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관련 소식에 공포에 떨고 있다.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동시에 환경보호에 무관심한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와 같은 기조를 이어가는 이상 당분간 이러한 소식을 더 자주 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전환의 필요성을 전달하는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다. 비관주의에 절망하지 않도록 희망을 전달하는 목소리 역시 필요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기후대응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 말이다.

슬프게도 기후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조명을 못 받는 경우가 많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당사자들을 신문 가장자리 여백으로 밀려고 하는 곳도 있다. 소위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기후보도가 줄어드는 추세도 한몫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8개국을 대상으로 ‘지난 한 주간 기후변화 관련 뉴스나 정보를 보거나 읽은 비중’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24년 응답 비중은 50%에 불과했다. 2023년 55%와 비교해 5%포인트 줄어든 것이며, 2021년(51%) 응답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유는 복합적이었다. 뉴스를 보지 않고 의도적으로 피하는 대중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매일 부정적인 소식만 전하는 기후보도에 대중의 피로도가 높아진 영향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뉴스룸(데스크)의 무관심 역시도 지적됐다. 작년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기후총회(COP29) 현장에 취재 인력을 보낸 한국 언론사도 소수에 불과했다. 주변 언론인들도 종종 똑같은 말을 언급하기는 했다. 그들은 그러면서 그 이유로 이같이 덧붙였다. “슬프게도 기후변화를 다룬 뉴스는 조회 수가 잘 안 나오더라.”

그나마 좋은 소식은 좋은 기후보도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역시 성공적인 기후보도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지역과 기후변화에 초점을 둔 기후보도일수록 청중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는 비법도 담겨 있었다.

한국에서도 양질의 기후보도를 위해 전현직 언론인들끼리 기후기자클럽을 결성했다. 기후저널리즘 역량 강화와 기자 지원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출입처가 다르더라도 기후문제에 관심을 갖고 좋은 보도를 위해 노력하는 언론인도 많다. 양질의 기후보도를 지원하기 위한 시민단체도 있다. 관련 싱크탱크와 기관들 역시 서로 협력해 이들 언론인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존경하는 한 기자는 좋은 기후보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기후위기 시대에 언론은 시민들과 더 많이 접촉해야 한다. 스스로 끊임없이 기사 속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써야 한다. 무엇보다 좋은 기후보도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분명 인류 모두에게 전환을 요구한다. 먹고 마시고, 옷을 입고 심지어 말하는 방식에도 변화를 요구한다. 사회 전체가 바뀌어야 한다. 언론 역시도 바뀌어야 한다.

윤원섭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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