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기한 경험이었다. 갈 때마다 텅텅 비어있던 영화관이 꽉 찼다. 국내 개봉 4일 만에 186만 명이 봤다는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사진). 관객 대부분이 10~20대 남성이라 더 놀랐다. 영화 중반 이후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마지막엔 뒷자리 청년이 숨을 참으며 오열하기 시작, 휴지라도 건네줄까 하다 참았다.
고토게 고요하루(吾峠呼世晴)의 만화가 원작인 ‘귀멸의 칼날’은 사람을 잡아먹는 혈귀에 가족을 잃은 소년 단지로가 반쯤 혈귀로 변한 동생 네즈코를 데리고 귀신 잡는 ‘귀살대’에 들어간다는 내용이다. 산골의 순박한 소년이던 주인공이 각종 수련을 거치며 점점 강해지고, 각자의 사정으로 모인 동료들과 힘을 합쳐 싸운다. 이번에 개봉한 ‘무한성편’은 혈귀 무리 최종 보스인 무잔과 귀살대가 ‘무한성’에서 펼치는 마지막 대결을 그린 영화 3부작 중 1부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기지만 주인공이 더 강한 상대와 끊임없이 대결을 이어가는 소년물은 영 적응이 힘들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계속 싸우는지, 볼수록 의문만 남아서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은 다르다. 단지로를 비롯한 귀살대는 혈귀와 마주할 때마다 왜 강해져야 하는지, 왜 싸우는지를 계속 되뇐다. “강한 자는 약한 자를 도와야 한다. 나는 더 강해져 약한 사람들을 구하겠다.” 영원히 살며 ‘무한한 강함’을 추구하는 혈귀들과는 달리, 유한하고 약한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서로 도울 수밖에 없다. 뻔한 메시지인데, 마음을 움직인다.
보고 싶지만 앞선 내용을 몰라 엄두가 안 난다는 주변 중년들에게 일단 한번 보시라 적극 권하고 있다. 왜 이 작품을 ‘일본 애니메이션의 정점’이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거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