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닫힌 방문은 자녀가 사춘기에 본격 진입했다는 신호입니다. 매 순간 ‘엄마’를 입에 달고 살던 아이였는데, 언젠가부터는 얼굴 보기도 쉽지 않죠. 방에 콕 틀어박힌 아이 모습이 양육자로선 답답하고 또 서운합니다.
굳게 닫힌 아이 방문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사춘기 자녀가 거리를 두기 시작할 때, 양육자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이은경 작가의 에세이 칼럼 ‘옆방에 사춘기가 입주했습니다’ 3화에선 아이 방문 앞에 선 양육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자녀의 사춘기로 달라진 양육자의 마음과 일상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시 입장은 불가합니다
오후 두 시의 라디오를 즐겨 듣는다. 얼마 전 라디오의 사연은 보낸 이가 ‘중2 엄마’란 사실만으로도 볼륨을 높이게 했다.
중2 엄마의 사연은 대부분 짧은데 강력하다. 몇 문장만으로 온 국민을 들었다 놨다 한다.
“중2 딸이 방문에 아빠, 엄마 동시 입장 금지라고 써붙여 놨네요.”
남탕도 여탕도 아니고, 화장실도 수술실도 아닌데 동시 입장이 안 된단다. 그걸 생각해 내고 종이에 적고 정성껏 방문에 붙여 놓았을 그 집 중2의 모습이 눈앞에 선했다.
사춘기 육아 경험이 없는 라디오 진행자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냐며 놀라워하더니 어이가 없어 했다. 그 웃음이 못마땅했던 전국의 중2 엄마들이 문자 폭탄을 던졌다.
‘웃지 마세요, 저희 집도 중2 있습니다.’
‘‘저희 중2는 혼자 입장도 막아놨어요’
‘저는 애 방에 들어가 본 지 한 달 됐어요’ 등등.
사춘기 엄마들의 서러움으로 비장해지던 중 호기로운 사연 한 통이 도착했다.
‘저희 중2도 방에 못 들어오게 해요. 그래서 이 집은 아빠랑 엄마가 주인이니까 못 들어가게 할 거면 네가 나가라고 했습니다. 저, 너무 치사했나요?’
당사자들에겐 한없이 서글프고 기가 막힌 상황인데, 모두에겐 오후의 피로를 날려줄 엔도르핀 넘치는 사연이 된다. 사춘기는 진정 그런 것이다.
남 일처럼 웃어넘기지만, 내 사정이라고 뭐 달랐을까. 한번은 친하게 지내는 엄마가 초등 아들 둘을 데리고 놀러 온 적이 있었다. 우리 집에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몸이 달았던 것이다.
손님이 찾아오자 나의 친애하는 두 아들은 방에서 잠시 끌려 나와 꾸벅하고는 바쁘게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한참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던 꼬마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요, 이모. 형아들은 도대체 언제 나와요?”
당황한 척, 그러나 담담하고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미래를 알려야 했다.
“어?…어. 있잖아, 얘들아. 형아들은 아마 안 나올 거야. 기다리지 말고 고양이랑 즐겁게 놀아.”
중2가 지나면 들어갈 수 있겠지, 싶었던 아이의 방문은 고2가 된 지금도 굳게 잠겨 있다. 그간 우리 집은 두 번의 이사를 했고, 아이 방은 세 번 바뀌었지만 여전히 닫혀 있다. 중2 땐, 이때만 지나가면 괜찮겠지, 싶었고, 중학교 땐 고등학교 가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