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같은 '모범 동맹'에 특혜" 美국방, 유럽에 '방위비 증액' 압박

2025-12-07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전쟁부) 장관은 6일(현지시간) 한국을 “자기방어에 더 책임을 지는 모범 동맹(model allies)”이라고 지칭하며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집단 방위를 위한 역할을 여전히 못 하는 동맹들은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대폭적인 방위비 증액을 요구해온 유럽 동맹국들을 지칭한 말로, 헤그세스 장관은 “국가 방위의 핵심 요소는 동맹의 안보 부담 공유”라며 “유토피아적 이상주의 시대는 끝났다”고 강조했다.

‘대서양 동맹’ 흔들기…“무임승차 불용”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레이건 국방포럼 연설에서 한국을 비롯해 이스라엘, 폴란드는 미국의 국방 지출 확대 요구에 부응한 “모범 동맹국”이라며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쓰고, 재래식 방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에 대해선 “특혜를 받을 것”이라며 “동맹국은 어린 아이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할 것을 기대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고 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5일 공개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안보의 우선순위를 미국 본토와 서반구, 인도·태평양에서 중국 억제에 맞춘 점을 재차 언급하며 “유럽 동맹들은 러시아를 마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역에 대해선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행동으로 위축되긴 했지만 여전히 위협이고, 물론 한반도에도 북한이 있다”는 정도로만 언급했다.

그러면서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위협이 발생할 경우 미국이 혼자 전부 대응할 수 없으니 동맹들이 미국에만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며 “더 이상 무임승차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는 NSS에 명기된 유럽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 표출과 헤그세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럽연합(EU)은 미국을 속이기 위해 결성됐다’고 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감을 백악관의 공식 정책으로 만든 것”이라며 “80년간 지속돼온 대서양동맹이 바다 건너 초강대국(미국)에 의해 공개적으로 폄하됐다”고 평가했다.

“EU, 미국 안보를 궁극적으로 훼손”

실제 NSS 공개를 기점으로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유럽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크리스토퍼 랜다우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자신의 소설미디어(SNS)에 “선출되지 않은 비민주적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안보를 훼손하는 동시에 자신의 안보를 미국에 의존할 순 없는 일”이라며 “이제 (미국을 가지고) 장난치는 시대는 끝났다”고 적었다.

랜다우 부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외교장관 회의에 마코 루비오 장관 대신 참석했다. 루비오 장관의 불참 자체가 유럽에 주는 메시지란 평가다.

랜다우 부장관은 “장관급 회의에서 느낀 것은 미국과 나토, EU와의 관계가 명백하게 불일치한다는 점”이라며 “거의 동일한 국가들이 나토의 모자를 쓰면 대서양 협력을 상호 안보의 초석이라고 하지만, EU의 모자를 쓰면 검열, 기후 광신주의, 개방된 국경, 국가의 주권 경시 등 미국의 이익과 안보에 반하는 의제를 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 국가들은 우리가 물려받은 서구 문명을 보호하는 동반자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요구했다.

나토 회의에 불참한 루비오 장관도 EU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유한 X(옛 트위터)에 1억 2000만 유로(약 2050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것과 관련 “EU의 벌금은 X뿐 아니라 모든 미국의 기술 플랫폼과 우리 국민을 공격하는 것”이라며 “(유럽이) 미국의 온라인 활동을 검열하던 시대는 끝났다”고 비판했다.

미·중, ‘北비핵화’ 삭제…“中과 안정적 평화”

헤그세스 장관은 사실상 핵심 안보 대상으로 규정한 중국에 대해선 “안정적인 평화, 공정한 무역, 존중하는 관계를 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중 접근법은 지배가 아닌 세력 균형이 목표”라며 “(중국보다) 강할 것이지만 불필요하게 대립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전례 없는 군사력 증강을 존중(respect)하는 정책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폴리티코는 “중국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던 국방 전략과 달리 보다 유연한 접근법을 제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핵전력의 현대화와 관련 “다른 두개의 주요 핵무장국(러시아·중국)과 마주해서도 핵 협박에 취약해지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며 “핵무기와 핵 투발 체계를 동등하게 시험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미국과 중국은 일제히 주요 안보 문서에서 대북 정책의 목표로 명시해왔던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공개된 NSS에는 한반도의 비핵화라는 표현은 물론 ‘북한’이라는 말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중국 역시 지난달 27일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백서에서 정통적으로 언급해왔던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표현을 뺐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북핵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접근법이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국제교류재단(KF)·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포럼에서 1994년 북핵 위기 당시 미국측 수석 협상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북한의 비핵화가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고, 트럼프 1기 때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도 “비핵화가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망이 매우 어두운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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