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훈 교수의 ‘칼초 에스프레소’ - 20240630 이탈리아 vs 스위스

2024-06-30

이탈리아어로 축구를 뜻하는 ‘칼초’를 이탈리아인의 아침을 여는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빠르고 진하게 전달하겠습니다.

별점: 별점이란 걸 주는 것조차 사치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감독이자 명배우였던 오손 웰즈는 자신의 영화 <제3의 사나이 The Third Man>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탈리아에서는 보르자 가문 아래 30년 동안 전쟁, 공포, 살인, 피비린내가 가득했지만, 그들은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르네상스를 만들어 냈지. 스위스에서는 형제애, 500년 동안의 민주주의, 그리고 평화가 있었지만, 그들이 만든 것은 뻐꾸기시계뿐이었다네.”

뭔가 잔혹하고 비정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역동적인 힘으로 르네상스와 예술가들을 배출한 이탈리아, 그리고 그에 비해 평화롭고 안전하고 친절했던 스위스를 비교하는 명대사로 지금도 널리 회자되는 대사다.

저녁 늦게 귀국해 온갖 할 일이 산적한 상황에서도 이탈리아 역사에 길이 남을 최악의 졸전을 멍하게 바라만 보면서 필자는 자꾸 이 대사가 오버랩되었다. 승리는 스위스 축구에 있어 르네상스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중계하던 해설자도 비슷한 뉘앙스로 말했던 것 같다.

그들은 월드컵 4회, 유로 2회 우승한 이탈리아를 상대로 ‘완벽하게 제압’했다. 모든 플레이가 자신감이 넘쳐 정말 신나서 뛰는 것이 화면 밖으로도 느껴질 정도였다. 이전 독일전을 다시 보면서 오히려 스위스를 만난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현실이 되었다.

자, 이 경기에서 과연 누가 더 역동적이고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 냈는가? 뻐꾸기시계조차 만들어내지 못한 이탈리아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지난 스페인 전의 관전평을 쓰면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개인적으로 매우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필자의 지나친 오만이었다. 이탈리아는 그것보다 훨씬, 아주 훨씬 더 못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4년부터 이탈리아 축구를 좋아하고 봐 왔지만, 이탈리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역대급 졸전과 최악의 졸전을 2주 사이에 모두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난 알바니아 전 관전평을 마무리하면서 스팔레티 감독이 리피 감독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것 같다는 우려를 했었지만 역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이렇게까지 ‘대체 감독은 무얼 하고 싶은 것인가? 준비를 하기는 한 것인가?

준비 이전에 자신이 직접 소집한 선수 개개인 파악은 한 것인가? 자신의 전술적 철학이 확고하다면 그에 맞는 선수들을 소집해야 할 것이다. 이건 내 의견이 아니라 무려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철학자가 한 말이다.

제대로 운용되는 국가라면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피리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간단하다. 그 나라에서 가장 피리를 잘 부는 사람에게 주면 된다고.

적어도 필자의 눈에는 이번 스팔레티 감독은 정말 억지로 억지로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만 골라서 그걸 제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최선의 선수들을 소집한 것도 아니다.

필자가 본 이번 이탈리아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점은 4경기 동안 정말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미드필드 진영인데 충분히 볼을 간수하고 운반하고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 로카텔리 같은 선수들을 뽑지 않았다. 그나마 뽑아놓은 선수 중에서 바렐라를 억지로 3선에 끌어내려 조르지뉴의 플레이 파트너로 붙여놓는다. 잘 될 턱이 있나.

볼이 오지 않으니 공격수들은 압박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개인 기량도 전혀 기대할 수 없는데 볼을 받아주기 위해 자기 근처로 와줘야할 2선, 3선의 선수들이 상대의 압박을 돌파하지 못하니 공격수들은 상대 진영에 고립되어 버린다.

축구는 골을 넣는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11명의 사람과 필드라는 공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쪼개서 운용하는가가 핵심인데 사람 구실 하는 동료가 없고 그나마도 공간을 찾아 들어가질 못하니 정말 아무것도 못 하는, 아니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밖에.

이번 유로 대회에서 이탈리아가 보여준 부진과 졸전의 책임은 분명 누군가에게 물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패전의 지분은 ‘당연히’ 스팔레티 감독이 95% 이상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볼 수 없게 된 이탈리아를 전혀 아쉽지 않은 마음으로 떠나보내며 마음에 남아있는 응어리진 의문점을 하나만 남기려고 한다.

과연 선수들은 이 사태에 책임이 없는지? 애초에 결승을 바라볼 선수단의 역량은 단연코 아니었지만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16강에 진출 당하고도 자신들이 입고 있는 푸른 유니폼에 대한 책임감조차 없었던 것은 아닌지.

어쩌면 이탈리아는 스위스에게 기량이나 전술 같은 것으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책임감과 간절함’이라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것부터 ‘이미’ 패배하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우연의 일치’, 또는 ‘역사의 가르침’ 등등 뭐라고 불러도 좋다. 이탈리아가 이러한 기념비적 졸전을 펼쳤던 장소, 올림피아슈타디온 베를린은 이탈리아가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퍼포먼스를 펼치며 월드컵을 들어 올렸던 2006년 독일 월드컵의 결승전이 열렸던 곳이기도 하다. 최고의 영광을 누렸던 그곳에서 가장 나락으로 떨어진 이탈리아, 몰락도 참 드라마틱하다.

국립창원대학교 사학과 구지훈 교수(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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