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 들이받고 연 2500억 번다…‘퇴사왕’ 김 대리가 만든 회사

2024-09-26

대학 졸업 후 10년 직장 다니는 동안 8번 사표를 냈다. 줄잡아 15개월에 한 번은 회사를 때려치운 셈. 짧게는 100일 출근한 회사도 있다. 조금 과장해서 ‘사표왕(王)’이다. 대개는 신사업을 제안했다 묵살 당하거나 상사에게 들이받았다가 그만두는 식이었다.

“1994년 회사에 인터넷 태스크포스를 만들자는 의견을 냈어요. 대리급 팀장이 돼서 부서원 10여 명을 받았습니다. 해외의 고급 정보를 구독하고, 유명 교수 강의 들으면서 비즈니스 구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쉽사리 매출이 일어날 리 없지요. 당장 성과가 아쉬운 상사한테는 곱게 보일 리가 없고요.”

싸움닭 회사원이 만든 회사, 뭐가 다르나

소속 부서장과 갈등이 잦아졌다. 그럴 때마다 “부장님 이건 아닙니다” “전무님 제 생각은 다릅니다”라며 소신을 밀어붙였다. 한직으로 밀려났고, 결국 회사를 나오는 일이 되풀이됐다. 이러다 직장 자체에 부적응하는 건 아닌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래도 굽히지 않았다. 덕분에(?) 대기업부터 중견·중소업체, 공공기관, 외국계 기업까지 다양한 일터를 섭렵했다. 그러면서 마음에 품은 게 있다. 나중에 회사를 차리면 디베이트(토론)가 넘치는 문화를 만들겠다-.

올해로 사업 25년차, 그의 초심(初心)은 어떤 회사를 만들었을까. 경기도 용인 남사읍에 있는 서플러스글로벌은 6층짜리 사옥 자체가 다채롭다. 곳곳에 아이언맨·헐크·스파이더맨 같은 대형 히어로 조형물이 직원을 맞는다. “(영화 속 히어로처럼) 멋진 일을 하는 만큼 자부심을 가져라”는 의미다. 사무실에는 천정에 밧줄을 달아 그네를 놓았다. “놀이터 같은 곳에서 즐기면서 일하자”는 뜻에서다.

이 회사 모든 임직원 100여 명은 영문 이름으로 호칭한다. 서로 ‘토미’ ‘브루스’라고 부르며 대화를 시작한다. 사장실도, 부사장실도 따로 없다. 대신 회의실은 빵빵하다. 대형 스크린과 화상 솔루션 같은 시각·음향 설비 갖추는 데만 6000만원을 들였다. “싸워도 좋으니 화끈하게 토론하고, 확실하게 결론 내라”는 취지다.

이제 경영 성적표가 궁금하다. 간단하다, 서플러스글로벌은 세계 1위 중고 반도체 장비 거래 업체다. 올해 예상 매출은 2500억원 이상. ‘사표왕’ 김정웅(58) 대표는 “위계질서를 찾다간 성장은 물론 생존도 어렵다”며 “사장과 디베이팅 안 하고, 자기 의견 제시 안 하는 사람이 가장 많이 혼나는 회사가 서플러스글로벌”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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