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게이트’ 수사에 전력을 다하던 검찰이 대선 전후로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선 뒤 ‘김건희 특검’이 출범할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검찰이 일찌감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분석, 수사가 이미 난항을 겪고 있었다는 분석이 함께 나온다. 김건희 특검법은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는 지난달 샤넬코리아와 명품 브랜드 ‘그라프’ 매장을 압수수색하고, 김건희 여사 최측근을 조사하는 등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모씨 측의 김 여사 명품 선물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적했다. 또한 윤씨의 청탁과 통일교 조직의 연루 가능성을 보고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출국금지하기도 했다.
최근 검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특검을 앞두고 속도를 조절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검찰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특검 앞두고 굳이 무리할 이유가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검찰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검찰 조직이 풍전등화인 상황에서 수사에 속도를 낼 이유가 없다는 취지다. 검찰은 지난달 31일로 예정했던 건진법사 전성배씨 피의자 조사도 대선 이후로 미뤘다.

검사 출신 변호사 A씨는 “특검이 진행될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속도를 내보겠다며 무리수를 두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며 “통상적인 수사 정도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선 전의 빠른 수사 호흡을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B씨는 “특검이 나오더라도 수사 속도는 그대로일 것”이라며 “원래 해야 할 역할은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숨 고르기’가 아니라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 탄핵 후 수사에 속도를 냈지만 정작 주요한 물증과 진술은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통일교 고위간부 윤씨가 김 여사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구매한 명품 가방을 찾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의 최측근인 수행비서 유모씨가 가방 교환 과정 등에 관여한 정황을 확보했다. 그러나 정작 가방의 행방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검찰 조사에서 유씨는 가방을 교환한 것은 전씨의 심부름이었다고 주장하고, 전씨는 이를 잃어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 A씨는 “물건이나 통화 녹음 내용 등 확실한 물증도 안 나오고 주요 인물들의 진술도 안 나온 상황이라면 초기 수사 단계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를 비롯해 전씨의 처남이 대통령실 행정관을 통해 대통령실 인사나 정책에 개입했는지, 전씨의 자택에서 발견된 관봉권의 출처는 어디인지 등 건진법사 게이트에서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은 여럿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