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걸음걸이 달라졌다면 퇴행성질환 의심

2024-09-26

우리는 태어나면 걸음마를 배우고 연습한다. 이때 배운 걸음마 자세로 평생 걷고, 뛰고, 움직이며 생활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바르게 걷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그러나 제대로 배웠다고 하더라도 살아가면서 다양한 이유로 걸음걸이는 변한다. 대표적으로 나이가 들며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을 꼽을 수 있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은 “걸음걸이는 퇴행성 질환을 진단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된다”며 “과거와 비교해 걸음걸이가 달라졌거나 이상하다고 느껴진다면 병원을 찾아오길 추천한다”고 말했다.

허리 구부정하면 척추관협착증 의심=걸음걸이를 변하게 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으로 파킨슨병과 척추관협착증이 있다. 일반인보다 보폭이 좁고 종종걸음으로 걷는다면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다. 파킨슨병은 뇌 속에 있는 여러 신경전달 물질 가운데 운동(움직임)에 꼭 필요한 도파민을 분비하는 신경세포의 소실로 발생한다. 한번 발병하면 치료하지 않을 경우 계속 증상이 진행되는 만성 진행성 질환이자 치매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질환에 속한다. 종종걸음으로 걷거나, 걷는 도중 발이 땅에서 떨어지지 않아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거나, 발을 끌면서 걷는 것이 특징이다. 팔 흔들림도 줄어 팔을 몸통에 붙인 상태로 걸으며, 눈 깜박임 등도 느려진다.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퇴행성 변화로 인해 뼈와 인대·근육이 두꺼워지고,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허리 통증을 유발하며 다리에 복합적인 신경증세를 일으키는 병이다. 이 질환은 허리 통증을 유발해 이를 겪는 사람은 허리를 굽혀 생활한다. 허리를 굽히면 좁아져 있던 척추관이 일시적으로 넓어져 통증이 감소해 환자 본인도 모르게 허리를 구부정하게 유지하게 된다.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터질 듯 아픈 간헐적 파행 증상이 나타나 걷다 쉬기를 반복하며, 한번에 걸을 수 있는 시간과 거리가 짧아진다.

김승연 제일정형외과병원 재활의학센터 원장은 “척추관협착증과 파킨슨병 모두 서서히 병증이 진행되기에 환자 또는 보호자가 증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생활하다 어느 날 갑자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과 어깨 곧게 펴고 발은 십일 자로=어떻게 해야 바르게 걸을 수 있을까. 바른 걷기의 기본 자세는 어깨와 등을 곧게 펴고 발이 십일 자가 되도록 서 있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걸을 땐 배에 힘을 주고 허리와 머리를 세운 후 어깨와 가슴을 편 상태에서 정면을 응시한다. 발뒤꿈치부터 발바닥 전체, 엄지발가락 쪽으로 중심을 이동해 걸으며, 두 발은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휘지 않도록 십일 자로 유지한다. 양팔은 앞뒤로 자연스럽게 흔든다. 오르막길에선 보폭을 좁히고 상체를 약간 숙이며, 내리막길에서는 무릎을 조금 더 굽혀 무게 중심을 낮춰 천천히 걷는 것이 관절에 가하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만약 파킨슨병·척추관협착증 환자라면 질환 치료를 병행하면서 현재 보행 상태를 확인하고 재활의학과 검진으로 개인에게 맞는 보행 교정을 해야 한다. 현재 보행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족저압 검사와 체형분석 검사 등이 필요하다. 족저압 검사에서는 서 있을 때와 걸을 때 발이 받는 압력을 측정한다. 체중이 좌우 대칭적으로 분포되는지, 무게 중심은 발뒤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제대로 이동되고 있는지 등을 보며 보행 패턴을 확인한다.

또 체형분석 검사를 통해 골격의 부정렬과 관절의 가동 범위를 측정한다. 이후 종합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무중력 트레드밀(러닝머신)을 활용한 보행 연습과 엉덩이·종아리 근육 등 보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근육을 단련한다. 무중력 트레드밀은 일반적인 트레드밀과 달리 걷는 모습이 전면에 설치된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보여 세밀한 보행 교정이 가능하다. 이는 관절 부담을 최소화하므로 근력이 약하거나 통증으로 운동하기 어려운 사람도 부담 없이 보행 연습과 근력 강화를 할 수 있다.

김 원장은 “보행에 지장을 주는 질환이 있으면 바른 자세로 걷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무리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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