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기아(000270)가 미국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앞세워 질주하고 있다. 안전 기술력을 극대화한 현대차(005380)·기아의 집념이 미국의 고관세 부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도 소비자 신뢰도를 높여 판매 성장을 끌어내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기아는 안전 기술을 강화한 고수익 차량의 현지 생산·판매 비중을 늘려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브랜드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다.
17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두 회사는 지난달 미국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네시스를 포함한 현대차·기아의 8월 미국 판매량은 17만 9455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9% 증가했다. 월간 기준으로 미국 시장에서 역대 가장 많은 물량을 판매한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고율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 등에 올해 급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올 들어 지난달까지 122만 9960대에 달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9.9% 뛰었다. 현대차 판매(65만 9319대)는 같은 기간 11.1%, 기아(57만 641대)는 8.6% 각각 늘었다. 현대차 투싼(14만 7670대), 기아 스포티지(11만 9587대)가 브랜드별 베스트셀링 모델로 특히 인기를 모았다.
아울러 친환경차의 판매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현대차·기아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4만 9996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51.8% 급증했다. 이는 2011년 미국 친환경차 시장에 진출한 후 월간 기준 최대치다. 친환경차 판매 비중 역시 사상 최고인 27.9%를 기록했다.
인기 비결은 현대차·기아가 관세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제한데다 대표 모델들이 미국에서 최고 안전성을 입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입차에 대한 25% 관세로 가격 인상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서두르는 가운데 높은 안전성을 갖춘 현대차·기아가 이 같은 수요를 대거 흡수한 셈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패밀리카 용도나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차량을 주로 찾는 만큼 안전성에 더욱 민감하다.
지난달 미국에서 7773대가 팔린 현대차 아이오닉5는 ‘가족 생명을 책임지는 안전한 차’로 입소문을 타며 호평을 얻고 있다. 셰인 배럿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는 최근 본인 계정에 추돌 사고 소식을 공유하며 “아이오닉5는 나의 가족, 특히 뒷좌석에 있던 18개월 된 쌍둥이를 안전하게 지켜내며 제 역할을 다했다”고 격찬했다. 사고 당시 한 픽업트럭이 시속 96㎞ 넘는 속도로 아이오닉5를 후방에서 덮쳤지만 차량 탑승자 모두 가벼운 찰과상만 입고 큰 부상을 피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제품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축이다. 아이오닉5를 포함한 현대차·기아 전용 전기차들은 전·후방 충돌 시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차량 하부에 있는 배터리팩을 구조물로 활용해 차체 강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술을 토대로 아이오닉5·6, 기아 EV9, 제네시스 GV60을 포함한 총 14개 모델이 올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충돌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톱세이프티픽플러스(TSP+)’를 받기도 했다.
현대차·기아는 상품 경쟁력을 높인 고수익 차량을 앞세워 관세 부담을 덜고 수익성 방어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 3월 준공된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통해 아이오닉5·9을 조립·판매하고 있는 데 현지 생산 물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 수출 물량을 줄여 25% 관세에 따른 비용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25% 관세율이 유지될 경우 현대차·기아가 각각 매월 4000억 원과 3000억 원대 비용을 부담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