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보호' 강조 이찬진 금감원장, 일일 민원 상담사 변신

2025-11-05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1.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한다는 '벨기에펀드'. 펀드를 설계한 운용사는 5년 뒤 임차권 매각으로 수익 분배를 내걸었는데, 현지 부동산 경기 악화로 매각이 끝내 무산됐다. 결국 펀드는 전액 손실을 기록했는데, 운용사는 "분배금은 없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투자자들은 펀드 판매사가 '임대율 100%' '벨기에 정부기관이 임차 중이라 안전하다.' 등의 홍보문구를 내걸었다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2. 과거 한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고, 보험사에 실손보험금 지급을 청구한 B씨. B씨는 의사의 진단 하에 수술을 받았는데 보험사가 관련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기관과 분쟁 중인 민원인을 상대로 깜짝 '일일 상담사'로 변신했다. 금감원의 주요 분쟁민원인 '불완전판매'를 비롯 '실손보험금 지급' 관련으로 민원인을 직접 만나 민원 처리기준과 방향 등을 직접 설명하는 등 소통에 나선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기치로 내걸었던 이 원장이 직접 민원 현장에 나섬으로써,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원장은 5일 오전 본원 1층 금융민원센터에서 열린 '금융민원 상담 데이(Day)'에 참석해 벨기에펀드와 실손의료보험 관련 민원인을 직접 상대했다. 당초 이번 만남은 공식 외부일정 계획에 없다가 전날 갑작스럽게 편성됐다. 이 원장이 직접 현장에 나섬으로써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벨기에펀드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금감원을 찾은 민원인 A씨는 이날 이 원장에게 판매사의 설명의무위반을 주장하며 금감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펀드를 가입한 A씨는 투자설명서에 중요사항이 미기재돼 있는 등 판매사가 설명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주장했다.

이 원장은 "상품 판매 시 설명의무 미흡 등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상품설계와 판매단계 전반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예정"이라며 "향후 현장검사 결과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위반 사실 등이 확인되는 경우, 기존 처리된 분쟁민원을 포함한 모든 분쟁민원의 배상기준을 재조정하도록 판매사를 지도할 예정이다"고 안내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벨기에펀드는 2019년 6월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이 설정한 상품으로, 벨기에 정부기관이 사용하는 현지 오피스 건물의 장기 임차권에 투자하는 구조였다. 공모와 사모를 합쳐 900억원을 모집했고, 운용사가 현지 대출을 활용해 추가 매입 자금을 마련했다. 운용사는 5년 뒤 임차권을 매각함으로써 얻는 수익을 분배하겠다고 했는데, 금리 급등으로 유럽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매각은 끝내 무산됐다. 결국 펀드는 전액 손실을 기록했고, 운용사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연내 상환을 완료하겠지만 분배금은 없을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서 금감원은 지난달 15일부터 벨기에펀드 판매사인 한국투자증권, KB국민은행,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판매액은 △한투증권 589억원 △국민은행 200억원 △우리은행 120억원 등이다. 한투증권은 현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50%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실손보험금 지급 문제로 보험사와 분쟁 중인 민원인 B씨의 이야기도 경청했다. B씨는 과거 의사의 진단 하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보험사가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이 원장은 "법원 판례 등 관련 내용을 충분히 살펴보겠다"고 안내했다.

이 원장의 이날 행보는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통한 소비자신뢰 회복을 실천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금융당국 조직개편 논란에서 '소비자보호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 원장은 지난 9월 29일 '금융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금융감독원 임직원 결의대회'를 가지는 동시에, 추후 소비자보호 중심의 조직개편을 가질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본원 1층 민원센터에서 이 원장 등 총 12명의 임원이 돌아가며 매주 현장 상담을 가질 예정이다. 임원들은 민원인의 금융상품 및 금융회사 등과 관련된 불만·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소방안을 안내하게 된다. 특히 현장에서 즉시 해소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서는 민원 접수도 안내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금융감독원장의 민원상담은 금융감독의 최우선 가치인 금융소비자보호를 경영진부터 솔선수범해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금감원 경영진이 초심과 기본으로 돌아가 금융소비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공감하는 소통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금감원은 이번 상담 등을 바탕으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가 모든 업무에 진정성 있게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금융소비자보호 문화가 조직 전반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의 조직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