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에 있는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다. 면적은 한반도의 10배 가깝지만 인구 밀도는 세계에서 가장 적다. 덴마크령에 속해있지만 2009년 덴마크 정부와의 합의로 자치권을 갖게 되면서 국방이나 외교 분야 외에 지하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와 사법권과 경찰권, 입법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남극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대륙 빙하를 갖고 있다. 국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덮여 있으니 얼음 왕국이라 불릴 만하다. 그중 서해안에 있는 도시 일룰리사트는 빙하 피오르(협만)가 2004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대표적인 관광도시가 됐다.
그린란드를 주목하는 이유는 또 있다.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 기후변화의 지표와도 같은 곳이 그린란드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대륙의 거대한 빙산들이 서로 부딪치며 펼쳐내는 아름다운 풍광과 환상적인 오로라를 품고 있는 이곳이 관광이 아닌 다른 연유로 새삼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린란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이미 생태계 변화가 시작됐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대한 경고다.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으면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아 해안 지역 침수와 저지대 국가들의 피해를 가져온다. 이곳에서 녹은 빙하의 물이 전 세계 다른 곳으로 뻗어가 해수면을 높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다. 태양열을 반사하는 빙하는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빙하가 녹을수록 이러한 기능은 약화 될 터이니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그린란드의 현실에 국제적인 관심과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그런데 그린란드가 또 다른 이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 대통령에 재선된 트럼프의 영토확장 대상이 되면서다. 집권 1기 때도 그린란드 매입을 시도했었던 트럼프는 이제는 군대를 써서라도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를 차지하겠단다. 국제 질서를 해치는 상대국가 주권 침해 위협에 ‘시대에 맞지 않는 제국주의적 발상’이란 비판과 후폭풍이 거세지만 트럼프의 욕망은 좀체 꺾이지 않을 것 같다.
트럼프는 왜 그린란드를 영토확장 대상으로 삼았을까.
사실 영토의 80% 이상이 얼음으로 뒤덮인 그린란드는 오랫동안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 상황은 석유 아연 석탄 가스 등 천연자원이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달라졌다. 특히 반도체나 전기차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 광물까지 풍부한 그린란드의 지하자원은 영토팽창주의에 골몰해있는 트럼프의 욕망을 충분히 자극했을 터다.
지구 온난화의 위기에 처한 그린란드가 이제는 강대국의 패권 경쟁 대상으로 부상한 현실. 빙하의 눈물이 우리에게 주는 경고가 더 두려워진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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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kime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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